[데스크 칼럼] 맬서스와 다윈이 대한민국 저출산을 논하다
[데스크 칼럼] 맬서스와 다윈이 대한민국 저출산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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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지난 29일 공개한 ‘2019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3월 출생아는 2만7천100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2천900명(9.7%)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36개월 연속 최저기록을 경신했다.

합계 출산율 ‘1’이 무너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저출산 현상은 세대 간의 갈등을 넘어 사회적 위기론으로 우리의 미래를 흔들고 있다. 국가의 출산보건 정책 프레임에서 벗어나 인간의 본성에서 사회 시스템의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조망하는 학계 최초의 저출산 프로젝트, 인구학자, 진화학자, 동물학자, 행복심리학자, 임상학심리학자, 빅데이터 전문가, 역사학자가 저술한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에는 재미있는 대담이 있다. ‘인구론’을 저술한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와 생물진화론을 정립한 찰스 다윈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저출산에 대해 논하는 장면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맬서스와 다윈의 대담을 성사시켰다.

조 교수는 맬서스와 다윈에게 대한민국 저출산 실태에 대해 설명한다. 맬서스는 깜짝 놀라며 저출산 실태에 대해 “전쟁이나 대기근이나 전염병이 창궐했냐”고 반문한다. 맬서스는 사람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강력한 재생산(출산) 본능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은 재생산 본능이 작동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윈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 사회에 인구 밀도가 크게 높아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최근 인구 밀도가 높아졌냐”고 묻는다. 조 교수는 한국의 인구 밀도는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며 전쟁직후 인구가 크게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1960년 한국에는 약 2천500만명이 있었는데 이후 계속 증가해 지금은 5천만명이 됐으니 전반적으로 인구 밀도가 높아진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다윈은 사람들의 밀도와 다른 종의 밀도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다른 종은 사회가 매우 단순하지만 인간 사회는 매우 복잡하다면서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물리적 밀도가 있냐”고 질문한다. 조 교수는 전체 청년 수는 줄고 있지만 청년들이 살고자 하는 지역이 서울, 수도권, 부산 등 대도시로 한정돼 있다고 답변한다. 맬서스는 청년들이 활동하고자 하는 공간이 대폭 줄었으니 청년들의 물리적인 밀도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지면서 한국의 청년들은 에너지를 본인에게 축적하기 위해 엄청 노력하고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맬서스는 물리적 밀도에 심리적인 밀도까지 높아지면 아마도 청년들의 재생산은 연기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의 초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물리적 밀도와 함께 심리적 밀도가 극도에 다다랐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다윈은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초저출산 현상은 밀도 높은 사회에 청년들이 적응하는 과정이고 그게 결국 종의 진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다윈은 과거 부모와 선배 세대들의 생존과 재생산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보이고 있을 것이라면서 바로 사회적인 진화의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맬서스는 결국 한국 청년들이 본인의 생존 본능이 더 강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물리적, 심리적 밀도를 낮추려는 정책이 가장 근본적인 해소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청년 관련 인프라를 지방으로 분산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다윈은 한국 사회는 낮아진 출산율을 두고 청년들을 탓하는 정서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이미 청년들은 진화하고 있는데 진화를 되돌리려는 노력으로는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제도와 규범을 점검하라고 조언한다. 청년들은 이미 바뀌었는데 아직까지 기성세대 중심의 제도와 규범으로 사회 질서를 유지하려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두 학자의 대담을 통해 나온 제안을 잘 새겨듣고 슬기롭게 저출산 현상에 대응했으면 한다.

최원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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