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없는 곳에 천국은 없다.” 영국의 시인 앨저넌 찰스 스윈번은 어린이가 세상에서 갖는 가치를 이 같이 표현했다. 이처럼 어린이란 존재는 우리 사회의 미래이자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받으며 건강하게 성장해야 하나 건강, 가정환경, 금전 문제로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에 본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매달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어린이들을 조명하고 이들을 위한 후원 독려의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하루빨리 우리 아이가 가족을 알아보고 세상과 마주하며 교감하면 좋겠어요.”
지난 17일 오후 2시 용인 소재 보바스어린이의원 물리치료실에는 3명의 어른이 한 아이를 둘러싸며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물리치료사는 아이가 다리를 올바르게 펼 수 있도록 고관절 마사지를 실시함은 물론 날개뼈 부위를 지속적으로 만져주고 자극하는 등 굽은 자세를 교정하고 목과 등 자세를 편하게 하고자 치료를 하고 있었다. 아이 옆에서는 담당 사회복지사와 어머니인 주진례씨(가명ㆍ46)가 아이가 아파할 때마다 손을 잡아주며 함께하고 있었다.
올해로 6살이 된 남승주(가명) 아동은 조선족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승주는 여느 아이와 다를 것 없이 건강한 상태로 태어났으나 생후 4개월이 됐을 무렵부터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아동의 병명은 ‘랑게르한스세포조직구증식증’으로 백혈구 중 조직구가 과다 생산돼 조직과 장기에 축적되는 희귀질환이다. 승주는 폐, 비장, 간, 피부, 뼈 등 5개 기관에 조직구가 증식됐다. 이때 기흉 증상이 나타나면서 생후 8개월째 심폐정지가 2번이나 발생해 뇌손상까지 와 뇌병변 1급 장애판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1월을 마지막으로 항암치료는 마쳤지만 뇌손상에 따른 재활치료는 여전히 병행 중이다. 주씨와 승주는 매주 평일 오전 7시40분마다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8시반께 보바스어린이의원에 도착해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치료를 받는다. 오전, 오후로 나뉘어진 물리치료는 기구, 인지, 전기 치료 등으로 구성됐다. 대표적으로 승주가 랑게르한스세포조직구증식증과 뇌병변으로 하체를 활용해 본 적이 없음을 감안해 지난 1월부터 척추신경절단수술로 고관절 탈구를 방지함은 물론 기구를 통해 서 있는 연습을 하게 마련된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치료비는 연 평균 1천200만 원에 이르나 승주네는 이를 감당하기 힘든 처지다. 승주의 아버지인 남대식씨(가명·43)는 현재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지만 지난 1~2월에는 한파로 개점휴업 상태였다. 어머니인 김씨도 승주를 간호하기 시작하면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데다 두 딸의 학비까지 부담해야 해 경제적 부담이 큰 상태다. 현재는 월세 10만 원짜리 63㎡(약 19평)규모 집에서 살고 있지만 국적 문제로 장애수당, 활동보조비 등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지금까지 아이를 위해 피드시트와 카시트 등 약 400만 원에 이르는 후원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넉넉하지 않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아동의 어머니가 국적을 취득해 내년부터 일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 형편이 힘들다”며 “아동의 쾌유를 위해 이웃들의 사랑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도움을 촉구했다.
글_권오탁기자 사진_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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