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U-20 월드컵 쾌거와 한국체육 현실
[데스크 칼럼] U-20 월드컵 쾌거와 한국체육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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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무더위에 정치, 경제, 사회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풀리는 것이 없는 이때 지난 12일 새벽 이역만리 폴란드에서 시원한 낭보가 전해졌다. 우리 젊은이들이 2019 FIFA U-20 월드컵에서 남자축구 사상 첫 월드컵 결승 진출의 쾌거를 이룬 것이다. 젊은 태극전사들은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 패배에도 불구하고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꺾는 등 ‘죽음의 조’에서 생존해 16강에 올랐다. 이어 일본과 세네갈을 차례로 제치고 ‘멕시코 4강신화’를 36년 만에 재현한 뒤 에콰도르마저 누르고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4강전이 꼭두새벽 펼쳐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TV 시청률이 10.8%나 됐을 정도로 많은 국민들이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응원했고, 이날 하루 종일 이슈가 됐다. 모처럼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 스포츠의 위력이 또 한번 빛을 발한 것이다.

이처럼 빛나는 투혼과 단합된 힘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전 세계에 떨치고 있음에도 한국 스포츠는 점점 설 땅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최순실ㆍ정유라 사태로 시작돼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에 대한 성폭행 파문으로 엘리트 체육은 ‘적폐’, ‘악의 소굴’, ‘혁신의 대상’이 돼버렸다. 일부 잘못된 지도자들의 일탈과 경기단체의 비리, 관행처럼 이어져온 폭언ㆍ폭행으로 인해 스포츠계가 도매금으로 매도된 것이다. 급기야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스포츠혁신위원회’까지 꾸려져 있다. 그리고 스포츠혁신위원회는 두 차례에 걸쳐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 중에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만한 내용도 있지만,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미명하에 주중대회 전면 금지와 소년체전 폐지 등 현실과 동떨어진, 엘리트 체육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드는 방안들이 뾰족한 대안도 없이 담겨져 있다.

여기에 더해 일부 정치인들은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이 학교체육을 정상화 시킬 최상의 방안인 것처럼 찬사를 보내고 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라는 취지에는 동감을 하지만 직업 선택의 다양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에 획일화된 틀에 갇힌 학업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진로 선택을 존중하고 그에 맞는 배려와 대안이 선행돼야 한다. 최근 통계청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대졸이상 실업자 수가 사상 최고인 6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들은 운동선수들에 비해 많은 학교수업을 받아왔음에도 취업의 벽에 막혀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전문 선수들 중 상당수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면서도 비교적 높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이번 U-20 월드컵 선수 중 대학 선수는 단 두 명에 불과하다. 운동을 통해 진로를 찾은 선수가 대다수인 것이다. 미래 한국축구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이강인 선수의 경우 11세 때 일찌감치 스페인 축구유학을 통해 기량을 다져 현재 몸값이 1천만 유로(약 130억원)지만 이번 대회 활약으로 8천만 유로(약 1천70억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스포츠가 경제의 한 분야로 자리해 천문학적인 외화를 벌어들이고,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면서 국위를 선양하는 것은 이제 우리 사회의 한 문화로 자리하고 있다. 골프의 박세리, 박인비, 박성현을 비롯 야구의 박찬호, 추신수, 류현진 등 많은 스포츠 한류스타들은 운동에만 전념했음에도 공부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보다도 더 큰 부와 명예, 대한민국의 브랜드가치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과 비교할 때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자기 기준으로 대한민국 체육을 좌지우지 하는 정치인들, 당신들은 과연 정치를 통해 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의 통쾌함을 주었는지, 공부만이 성공의 길로 가는 첩경인지 묻고 싶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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