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미세플라스틱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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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했던 미세먼지가 적극 대응해야 하는 환경이슈가 된 것처럼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오염 이슈가 됐다. 화장품, 세제, 치약뿐 아니라 생수, 해산물, 천일염 등 먹거리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잇따라 검출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은 전 세계 바다를 떠돌면서 지름 5㎜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으로 잘게 분해된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 바다를 떠도는 미세플라스틱이 최대 51조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와 해산물이 인간 식탁에 오르고, 결국 사람 몸속에 들어가 축적된다. 2016년 그린피스가 관련 연구논문 60여편을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홍합이나 굴, 게, 다랑어, 바닷가재 등 사람들이 즐겨먹는 170여종의 해산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또 해마다 바닷새 100만 마리와 바다거북 10만 마리가 플라스틱을 먹고 죽는다고 추정했다.

얼마전 세계자연기금(WWF)이 호주의 뉴캐슬대학과 함께 연구한 ‘플라스틱의 인체섭취 평가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사람이 매주 2천조각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 무게로 따지면 5g, 신용카드 1장 분량이다. 월 단위로 환산하면 칫솔 한 개 무게인 21g이며, 연간 250g을 넘는 양이다.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주된 경로는 마시는 물이었다. 한 사람당 매주 미세플라스틱 1천769개를 마시는 물을 통해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섭취량의 88.5%에 이른다. 이어 갑각류(182개), 소금(11개), 맥주(10개) 등이 섭취 경로로 지목됐다.

인간이 섭취한 미세플라스틱 양을 정확하게 측정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WWF는 2000년 이후 생산된 플라스틱 양이 2000년 이전에 생산된 전체 양과 같으며, 이 중 3분의 1이 자연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밝혔다. 2030년이면 1억t 이상의 플라스틱이 자연에 유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만드는데 5초면 충분하지만 분해에 450년 걸리는 플라스틱이 1분마다 쓰레기차 한 대 분량씩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을 죽음으로 몰아갈 뿐 아니라 인류도 위협한다. 미세플라스틱을 먹지 않으려면 매년 수백만t의 플라스틱을 자연에 버리는 일부터 막아야 한다. 플라스틱을 줄이는 좋은 방법은 사용 빈도를 줄이는 것이다. 텀블러를 쓰거나 카페에서 음료 주문 뒤 빨대를 쓰지 않는 일, 마트 갈 때 장바구니를 챙기는 일만 해도 플라스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작은 실천만으로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를 먹지 않고, 바다거북도 살릴 수 있다면 당장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이는 결국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길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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