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일하고 싶은 노인, 일해야 하는 노인

일하는 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5.2%로 역대 가장 높았다. 경제활동참가율 증가에는 고령화와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연령 도달 등 많은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건 은퇴 이후에도 일하고자 하는 노인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이 71.4세임을 고려하면 노인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일면 당연해 보인다. 은퇴 연령 이후 적어도 5~6년은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연령대라는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경제활동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보인다. 우리나라 고령인구비율은 최근 10년 동안 약 1.5배 증가해 2019년 14.9%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육박한다는 현재 상황과 앞으로도 이 수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은 결코 65세 이상 인구를 노동시장 밖에 둘 수만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만 보면 아직 은퇴하기엔 젊은 일하고 싶은 노인들과 일할 사람이 필요한 국가의 수요와 공급이 아름답게 맞춰지는 듯하다. 과연 이렇게 이상적이기만 할까?

우리나라 65세 이상 80세 미만의 노인인구 중 52.7%는 생활비 등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하길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다거나 일하는 즐거움 때문이라는 응답은 34.8%에 불과하다. 일하고자 하는 노인 중 절반 이상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일하고 싶은’이라는 표현으로 이 모든 걸 묶어 버리기엔 ‘일해야 하는’ 노인인구가 주는 의미가 너무나 다르다.

고령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노인인력 활용이 필요한 국가 입장에서는 어떨까? 65세 이상 노인 중 약 ⅓은 최근 1년간 일한 일자리가 전 생애 가장 오랜 기간 일했던 주된 일자리와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65세 이상 일하는 노인의 절반 이상은 단순노무에 종사하고 있고 월평균 임금은 생산 가능 인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노인인력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제는 고령인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노인의 가장 큰 장점은 많은 경험과 경력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단순노무 일자리가 아닌 경험과 전문적 경력 기반의 노인 맞춤형 일자리 발굴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노인’의 건강한 형상을 만들 수 있다. 더이상 노인은 누군가의 부양가족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독립적 주체 또는 더 나아가서 누군가를 지원하고 도와주는 노인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다. 개인적 필요에 의해 ‘일해야 하는’ 노인들에게도 ‘일하고 싶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남승연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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