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청명과 곡우의 시절이다. 언 땅이 녹아 긴 겨울잠에서 깨어 만물의 활동이 시작된다. 농민에겐 가장 바쁜 노동의 시간이다. 하루의 시작에 해당하는 중요하고 소중한 농번기이다.
지난해 12월19일 기습적으로 국토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계양테크노밸리는 333만8천842㎡ 거의가 그린벨트 지역이다.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김포평야이고, ‘게눈 감춘 쌀’이라는 브랜드의 쌀 생산지이다. 지역 주민들은 천직이 농업이다.
그린벨트는 50여 년 전 국가가 인간의 삶을 위한 자연환경의 보존과 보전의 가치가 있어 난개발을 막기 위해 정해놓은 법적인 녹지지역이다. 그린벨트 환경등급은 보존ㆍ전 중요도에 따라 5등급으로 나뉜다. 보존ㆍ전의 절대 필요성에 비례하여 일체의 건축이나 생활을 위한 지역 안에서는 간이화장실의 설치도 법적으로 강력히 제한된다.
그린벨트로 지정한 지난 50년은 긴 세월이다. 한 세대가 지나고 다음으로 이어지는 세습으로나 가능한 속박과 굴레의 시간이다. 때문에 농토는 하늘의 땅이고, 농민의 삶은 하늘에 의한 인간의 행위이다. 결국 농사는 농민의 영혼이고, 농토는 농민의 몸인 것이다.
장마가 들면 농민은 논과 밭에서 물길을 살피고, 가뭄이 오면 깊은 물길이로 사력을 다해 기진맥진한다. 그 어느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애절한 반성과 기원을 빌었을 뿐이다.
농사를 위한 가장 바쁜 시기에 그 뜻도 의미도 알지 못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이하 평가서)를 농민이 읽고 그 내용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라는 설명회가 과연 정상적인 국가사업이고 위민행정인가? 전문가들에게 수억 원의 비용을 들여 용역을 주고 만든 평가서를 동사무소에 단 한 권씩 비치하고, 무려 722쪽의 무지막지한 분량은 물론 전문가들이나 통하는 용어들로 만들어진 평가서를 농민들 가운데 그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강제수용은 법률에 의해 국가나 공공 단체 등이 공적인 목적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강제적으로 취득하는 일이라고 풀이가 되어 있지만, 쉽게 말해 국가가 함부로 빼앗는 행위다. 국가가 필요해서 법적으로 그린벨트라는 미명하에 생존권, 재산권을 수십 년을 제한해놓고, 서울의 집이 부족하고 비싼 집값을 잡는다고 농민을 희생의 제물로 삼는 행위가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국토부는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주무장관은 치적이라고 해당 시ㆍ도지사나 자치단체장들과 손을 잡고 홍보를 위해 사진을 찍고 지역에서는 현수막을 걸고, 유치 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하고 이 모두가 세금이고 농민의 피땀 어린 노동의 결과라는 것을 생각이나 할런지 한숨이 깊다.
농부의 일자리는 일자리가 아니고 농민의 인권은 인권이 아니며, 농민은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닌 이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이 아픔과 슬픔을 과연 어디에다 하소연해야 하는지, 평생을 함께했던 하늘은 그 해답을 알려 주려는지 이제는 믿었던 하늘도 원망스럽기 그지없다.
당현증 3기 신도시 계양테크노밸리 주민비상대책위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