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추위가 매섭던 2014년 1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아이’ 김동준이 차갑게 세상을 떠났다. 마이스터고등학교를 다니던 동준이는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소시지 공장에서 포장 일을 했다. 회사에서는 선배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렸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너무 두렵습니다. 내일 난 제정신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청소년 노동 인권의 현주소를 생생히 담은 르포르타주다. 책은 1, 2부로 구성됐는데 1부는 동준이 이야기다. 작가는 동준이가 노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떠난 이의 삶을 추적해 재구성한다. 2부의 부제는 ‘김동준들’이다. 비슷한 아픔을 가진 특성화고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동준이의 가족, 이 사건을 담당했던 노무사, 이 사건이 있은 후 3년이 지난 2017년 제주에서 목숨을 잃은 또 다른 현장실습생 이민호군의 아버지, 특성화고 교사, 특성화고 재학생ㆍ졸업생 등 죽음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작가 은유는 안타까운 이들의 죽음을 고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넓게는 폭력이 허용되는 일상적인 문화, 안전에 대한 미흡한 인식, 청소년을 부려 먹기 좋다고 취급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회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통해서 알지 못하는 우리 삶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는 노동 현장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섬세한 사람을 섬세하게 대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인지 돌아보게 한다. 한국사회 변두리에 놓인 특성화고 학생의 현실을 다뤘다는 점만으로도 의미있는 신간이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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