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등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특혜·특권 주어진 자사고·특목고
더 높은 수준의 평가기준·책임 있어야
‘교장 공모제’ 내년 3월 전면 시행
학교도서관 사서 배치도 내년 완료
학생 주역 ‘경기 혁신교육 3.0’ 실현
“경기교육은 우열을 갈라 친구를 경쟁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협력’의 동반자 관계가 되도록 도울 것입니다”
2014년 7월, 이재정 교육감이 취임사 대신 ‘경기도민에게 드리는 글’에서 밝힌 내용의 일부다. 4년 후 재선에 성공한 이 교육감은 형식적인 취임식 대신 ‘소통 콘서트’를 갖고 “‘경기혁신교육 3.0’ 시대를 열고 우리 아이들에게 공정하고 공평한 교육기회를 누리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난 5년 동안 이 교육감이 누차 강조했던 것이 바로 ‘공정ㆍ공평ㆍ협력’이다. 재선 후 취임 1년을 앞두고 만난 그는 “학교 문화를 바꾸고 변화시키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교장들에게 인기가 별로 없다”고 엄살 아닌 엄살을 떨었다.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칠순이 넘은 그는 정열적으로 경기교육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설파했다.
-재선 취임 1년 동안 사립유치원 사태ㆍ조직개편 등 경기교육의 굵직한 현안들이 참 많았다. 취임 1년을 회고한다면.
교육감이 된 지 5년이 됐다. 그 가운데 지난 1년은 교육 현안이 참 많았다. 특히 사립유치원 이슈는 전 국민의 관심사였다.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밝혀지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집단행동에 돌입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책임규명과 근본적 해결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도교육청은 지난 1년 사립유치원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유아교육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다. 또 올해 3월 1일자 조직개편을 실시, 민주시민교육과 안에 ‘학교자치팀’을 신설했다. ‘학교자치 원년의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학교자치·학교 민주주의 확대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고교 평준화 확대’ 공약을 2022년 4년 안에 꼭 이루겠다고 했는데 최근 안산동산고 자사고 취소 결정 후 반발이 거센데 향후 어떻게 리드해 나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자사고 관련해 우리 모두가 교육의 가치를 어디에 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자사고나 특목고와 같이 특혜와 특권이 주어진 학교라면 더 높은 도덕성과 교육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대를 몇 명이나 합격시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예컨대 성직자에게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사고에 대해서는 교육적으로 그런 의무가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전북도교육청이 상산고에 요구한 80점은 납득하고 공감한다. 내년에 용인외대부고에 대한 자사고 평가가 있는데, 용인외대부고는 경기도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안산동산고와 달리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한다.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기존에 폐쇄적으로 진행하던 교장 임용심사를 개방·참여형으로 전환해 모든 학생, 교사, 학부모가 참여해 교장을 선출하는 ‘교장 공모제’를 과감하게 도입하기로 한 배경은 무엇인가.
참여형 학교장 공모제는 ‘9시 등교’ 정책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학교자치 정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학교장 공모 과정에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참여한다는 것은 교육 주체가 학교운영의 결정권을 가진 대표를 직접 선발한다는 의미다. 교장이라는 직책이 가진 중요성과 상징성을 고려할 때 이번 학교장 공모제 개혁은 학교 자치 수준을 한 층 높이고, 완전한 학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학교장 공모 과정에 학생이 참여함으로써 훌륭한 민주주의 교육 기회가 될 것이다. 학생들이 우리 학교 교장이 어떤 사람이고, 교육과정이나 급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알게 된다. 물론 학생의견은 심사에 점수로 직접 반영되지는 않고, 참고 자료로 반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심사에 반영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교육의 주체로서 역할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내년 3월 전면 시행 계획이다.
-최근 ‘수업하는 교장’을 언급해 교육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학교의 성패는 역시 수업이다. 수업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운영하고 방법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외국의 경우 교장들이 수업을 한다. 우리만 관리하는 매니저가 됐다. 교장은 교장이기 전에 선생이다. 교장도 교사의 역할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관리자 이전에 교사로서 수업에 대한 책임있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는 7월 3일부터 교육지원청별로 학교장 만남을 통해 학교자치 및 혁신교육 등을 논의하면서 교장의 역할 부분에 대해서도 부탁하고 협의할 것이다.
-‘모든 학교도서관 사서 배치 완료’를 약속했는데 현재 진행상황과 난제는 무엇인가.
현재 도내 학교 가운데 사서교사 배치되지 않은 학교는 275교(19년 6.1자 기준)다. 사서교사가 없는 전체 학교 759교 가운데 484교가 기간제 사서교사를 채용한 상태다. 이는 전체 학교(2386교)의 88.3%에 해당한다. 처음에는 모든 학교에 한시적으로라도 기간제 사서교사를 배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상 외로 사서교사 자격증(1·2급)을 가진 분들이 많지 않아 충원 속도가 더뎠다. 이에 사서교사 자격증과 교원 자격증(유·초·중등) 동시 소지자로 자격조건을 완화했더니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내년까지 도내 모든 학교에 사서교사 배치를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혁신학교 10주년이다. 그동안의 성과와 한계, 앞으로 혁신학교가 나아갈 방향을 설명해 달라.
혁신학교는 학생의 행복을 위해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는 미래지향적인 학교 모델이다. 혁신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수업시수, 교과 선택 등 학교운영에 상당한 자율성을 갖고 토론, 체험 등 학생중심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2009년 13곳에 불과했던 혁신학교는 2019년 현재 664개교(초 378교, 중 217교, 고 69교)가 운영되고 있다. 도내 전체 초·중·고(2천380교)의 27.9%에 해당하는 숫자다. 경기 혁신교육은 학교문화와 교육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혁신교육 이후 기존의 성적 경쟁, 입시중심의 학교 교육은 인간의 존엄성을 찾고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학생중심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다. ‘경기 혁신교육 3.0’은 지속가능한 혁신교육을 위한 민선 4기 정책 목표이자 방향이다. ‘경기 혁신교육 3.0’은 학교를 넘어 지역과 학교가 함께하는 혁신교육을 의미한다. 남은 임기 동안 혁신교육지구 확대, 학교자치 활성화, 학생주도 미래교육 등 경기 혁신교육 정책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경기 혁신교육 3.0’이 지역 곳곳에서 활짝 피어나도록 할 것이다.
-광교시대를 앞두고 남부신청사의 공간계획과 특징이 있다면.
신청사는 수원 광교신도시 공공청사부지에 지하 4층, 지상 18층 규모로 2022년에 건립될 예정이다. 최근 신청사 설계공모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설계 준비에 들어갔다. 대한민국 공공건물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겠다는 의지를 갖고 신청사를 추진하고 있다. 새롭게 지어질 신청사의 특징은 한 마디로 ‘열린 시설’과 ‘스마트 오피스’로 요약할 수 있다. 청사 내 모든 공간을 24시간 개방하고자 한다.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 누구든 청사에 들어와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또 청사 내에는 공연장과 콘서트홀, 카페 등 다양한 문화·예술·휴식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신청사는 교육행정이 아니라 교육활동이 중심이 된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민선 4기 2년차 경기교육 방향은.
경기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미래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1일자로 미래교육 중심의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교육국과 교육과정국을 신설했다. 미래교육국과 교육과정국은 교과서가 필요 없는 미래시대에 학교공간과 학교 운영방식, 교육과정과 교육체제 등 교육 전반에 걸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미래교육이 실현된다면 미래학교의 모습은 어떠할지’, ‘미래학교의 교육과정은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 ‘미래학교와 마을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 나갈 것인지’ 등 미래학교의 실질적인 내용을 만드는 것이다. 제대로 미래를 예측하고 적절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새로운 교육체계를 준비해나갈 것이다. 미래교육으로 변화하는 경기교육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
대담=이명관 사회부장/정리=강현숙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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