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일원화’ 체계 구축 안정적 물 공급·홍수피해 예방
한강권역 상수원 통합 ‘환경대응용수’ 활용 수질 대폭 개선
한강유역청 손잡고 과학기술 기반 ‘지능형 물관리’ 연구도
인류 문명의 배경에는 항상 물을 다루는 능력이 있었다. 물의 흐름을 다스리는 시설을 발명하고 이를 관리하는 이수, 치수는 오늘날도 물관리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자 핵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본래 물관리 여건이 녹록지 않았다. 연간 강수량의 3분의2가 여름철 장마 기간에 집중되고 국토의 80%가 산악지형일 뿐만 아니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빗물이 하천을 통해 순식간에 바다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여름철 홍수피해를 막는 동시에 모은 빗물을 연중 내내 부족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고도의 물관리 기술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온실가스와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폭염과 집중호우를 더욱 증가시키고 있으니 물관리는 갈수록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수량과 수질 모두 통합 관리하는 물관리 일원화
한반도 중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한강은 그간 다목적댐을 중심으로 한 물관리 체계를 구축해 수도권 시민들에게 안정적인 물 공급과 홍수피해 예방을 책임져 왔다. 하지만 점차 고도화된 현대사회에서 물관리에 대한 기대 수준은 풍부한 양의 물 뿐만 아니라 믿을 수 있는 깨끗한 물로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지만 2천700만 수도권 주민의 상수원인 팔당호의 수질은 기후변화와 가뭄으로 인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봄철에는 규조류가 발생해 정수시설의 수돗물 생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겨울철에는 냄새물질을 유발하는 남조류가 발생, 국민들의 물 이용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점차 고착화되고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에는 팔당호 관측 이래 최고 농도의 조류(4월 시네드라 6천890개체/ml, 11월 2-MIB 162ppt)가 발생했다.
이처럼 갈수록 커지는 물관리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물을 유역단위 유기체로 바라보고 통합적으로 연계성 있게 관리해야 한다. 이것이 2000년대 이후 새로이 등장하고 있는 ‘통합 물관리’라는 패러다임이다. 우리나라도 2018년 6월 수량ㆍ수질로 나누어 관리되던 물관리 체계를 환경부로 통합하는 물관리 일원화를 시작해 수량ㆍ수질ㆍ재해예방 등 물관리 기능을 일원화하고, 나아가 국가ㆍ유역단위의 통합 물관리 체계로 나아가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한강권역 통합체계로 환경대응용수 적극 활용
우리나라 대표적 물관리 기업인 K-water는 물관리 일원화가 구체화되기 이전에 과감하게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보다 효율적인 통합 물관리 실현을 위해 2016년 말 수계에 따라 우리나라를 세 개의 권역으로 나눈 것이다.
이 중 한강권역은 한강과 임진강 유역을 아우르고 행정구역으로는 서울시ㆍ경기도ㆍ강원도ㆍ충청북도가 포함된다. 권역단위 운영을 통해 권역별 특성과 현안을 고려한 지역밀착형, 현장중심형 물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초기 K-water 한강권역은 수량과 수질, 댐과 수도 분야를 포함한 통합체계를 구축해 통합 물관리 추진 기반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물순환 통합체계 플랫폼을 구축해 댐의 수위, 강우량, 수질, 취수량 등 각종 물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물 문제 해결에 활용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17년 4~5월 팔당 상수원에 규조류 증가로 인해 정수장 운영장애 발생 시 다목적댐 간의 방류량 조정을 통해 해결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수질문제가 없는 남한강 충주댐 방류량을 증가하고 조류개체 수가 많은 북한강 소양강댐 방류량은 감소시켜 팔당호 내로 유입되는 규조류를 크게 저감해 정수장 운영을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했다.
K-water 한강권역은 최근 맑고 깨끗한 물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기대수준에 부응하기 위해 환경대응용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질과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환경대응용수는 2016년에 도입된 개념으로 댐과 보에 저장된 물 중 특정시점에 수질개선 등을 위해 활용하는 용수를 말한다. 정부는 그간 매우 제한적으로 활용되던 환경대응용수를 통합 물관리 관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활용절차의 간소화, 확보된 환경대응용수의 양의 신속한 공유체계 구축 등 운영기준ㆍ절차 측면의 많은 부분이 올 상반기에 개선됐다. K-water는 작년 홍수기에 예년보다 많이 확보된 저수량을 토대로 비축된 환경대응용수를 보다 효율적인 활용하기 위해 수질문제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수질 취약시기에 선제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최초로 시행했다. 조류(맛 냄새물질, 시네드라)가 증가하는 올해 4~5월에 다목적댐에서 무려 2억9천만t에 달하는 물을 방류했고, 그 결과 BOD는 전년 대비 최대 41% 감소, 정수시설의 여과지속시간은 전년대비 1.6배 향상됐다.
◇지능형 물관리로 믿을 수 있는 양질의 물 공급
여기에 과학기술 기반의 지능형 물관리를 위한 연구도 시작했다. 한강유역환경청과 협력, 시행 중인 팔당호에서 발생하는 맛 냄새 유발물질의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에 대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K-water와 한강유역환경청은 이 연구를 통해 팔당호와 연계되는 크고 작은 지천들을 대상으로 수돗물의 맛 냄새를 유발하는 조류 발생의 원인과 특성을 규명하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더욱 믿을 수 있는 양질의 물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강이 수질문제 발생 시 기여도가 더 높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북한강 수계 댐 유역 오염원에 대한 정밀조사를 통해 기초적인 자료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수질예측 및 분석에 활용되는 프로그램을 3차원 모형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완료되는 2020년에는 예측기반의 선제적ㆍ과학적 수질대응체계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K-water 한강권역 관계자는 “풍족한 물은 일상이 되었고 국민들의 관심은 양질의 물로 변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폭우가 일시적 이상현상이 아닌 뉴노멀(New-Normal)인 시대가 도래하고 있어 기존 물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연현상의 완벽한 예측에는 한계가 있지만, 유역 단위를 기반으로 하는 통합 물관리 체계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과학적인 관리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천=김형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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