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욕하고 성폭력까지… ‘외국인 아내’ 인권 사각지대
때리고 욕하고 성폭력까지… ‘외국인 아내’ 인권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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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결혼이주자 4만6천명 ‘전국 최다’ 거주… 이중 83%가 여성
절반 가까이 가정폭력 경험… 신고해도 대부분 ‘벌금형’ 그쳐
인권센터 “성차별적 문화·제도 개선 시급… 정부 실태조사” 촉구

베트남 출신인 20대 여성 A씨는 지난 2015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다. 당시 43살이던 남편을 따라 시흥에 신혼집을 꾸렸지만, 남편은 결혼식을 마친 직후부터 술만 마시면 A씨에게 손찌검했다. 다문화 관련 기관에 도움을 요청한 A씨는 “남편이 ‘노비로 왔으면 노비답게 굴어라’라는 말을 했다”며 각종 신체적ㆍ정신적 학대 피해를 호소했다. 그러나 A씨는 끝내 남편을 경찰에 신고하진 못 했다.

최근 전남 영암에서 베트남 아내를 무자비하게 때린 한국인 남편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결혼이주여성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도 가정폭력 및 학대 신고가 매월 수십 건씩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경기도에는 4만 6천여 명의 결혼이민자가 체류 중이다. 이는 전국 결혼이민자 16만 1천여 명의 28.5%에 달하는 것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결혼이민자의 82.9%는 여성으로, 10명 중 8명이 중국ㆍ베트남ㆍ필리핀 등 출신의 ‘외국인 아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인권 보고서를 보면 결혼이주여성의 42%가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욕설(81%), 폭력 위협(38%), 성행위 강요(28%), 부모와 모국 모욕(26%) 등 학대에 시달린다고 응답했다.

실제 도내 지역별 여성의전화ㆍ이주여성인권센터ㆍ다문화센터 등 기관에 접수된 다문화가정 가정폭력 피해 건수는 매월 기관마다 10여 건을 넘기는 상황이다.

경기북부의 한 다문화가정 관련 기관은 “도내에서도 남부권보다 북부ㆍ동부권이 피해 사례가 많아 매월 10~20건 정도 된다”며 “이 수치는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기관에 접수된 최근 사례는 베트남에서 태어나 양평에 터를 잡은 20대 여성 B씨다. B씨는 또래 남편으로부터 “네가 임신하는 바람에 내 앞길을 망쳤다”는 폭언을 수년간 들었다고 주장했다. B씨 뱃속의 아이가 5살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남편에게 목 조름 및 외출 금지를 당했다며 올 초 상담을 요청, 몇 달이 지나 결국 모국으로 돌아갔다.

특히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폭력을 당해도 제대로 된 도움조차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결혼이주여성들이 수사당국에 신고를 하더라도 대다수 ‘단순 부부싸움’으로 여기거나 ‘벌금형’에 그쳐 제도적으로 학대를 묵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가정폭력을 겪은 결혼이주여성 3명 중 2명이 신고를 못 한다. 배우자가 국적취득을 이유로 협박하거나, 벌금형 이후 다시 집에서 만나는 게 두렵기 때문”이라며 “성차별적 문화ㆍ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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