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먹는물 공포 확산, 안전한 수돗물정책 시급하다

‘붉은 수돗물’ 사태가 촉발된 인천 식수에서 우라늄과 발암물질 함유량이 먹는 물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수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먹는 물 공포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인천시가 지난달 26일 강화군 양도면 삼흥리 수도시설에서 채수한 식수 수질검사 결과 우라늄 농도가 기준치인 0.03mgℓ를 초과해 0.0679mgℓ를 기록했다. 지하수를 끌어다 식수와 생활용수로 공급하는 이곳 수도시설은 5월 검사에서도 우라늄 농도가 0.075mgℓ를 기록하는 등 여러차례 음용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은 장기간 음용할 경우 중금속 독성에 따른 신장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인천 서구 3개 학교에서 발암물질인 ‘트리할로메탄’이 수질 기준을 초과, 수돗물 급식을 중단했다. 시는 저수조 문제로 인해 수질이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긴급 조치에 나섰다. 붉은 수돗물 피해주민에게 제공한 병입 수돗물 ‘미추홀참물’에서는 페트병 바닥에 녹색 이끼류가 발견됐다. 주민들은 시가 지원한 페트병 수돗물조차 믿고 마실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엔 수돗물 비린내를 호소했다. ‘오래 방치된 어항 물 냄새’ ‘새의 분비물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잇따랐다. 환경부와 시는 취수장 인근에서 발생한 녹조 때문으로 추정했다.

인천 서구와 중구 영종도에서 붉은 수돗물로 인해 피부질환이나 위장염 등이 발생했다며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가 1천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환경부가 일부 지역 수질이 정상화 됐다고 발표한 뒤에도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붉은 수돗물은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과 안산ㆍ평택에서도 수돗물에 이물질과 녹이 섞여 나왔다. 낡은 수도관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상수도관(도수관·송수관·배수관·급수관) 전체 길이는 20만9천34㎞에 이른다. 이 가운데 14%인 2만9천369㎞가 30년이 넘었다. 30년이 지나면 녹이 슬고 부식이 발생해 수도관에 녹과 찌꺼기가 쌓이게 된다. 노후 수도관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위해선 노후 수도관 교체가 시급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땅속 상수도관이나 하수도관에 투자를 집중하는 지자체는 별로 없다. 예산이 부족해 수도관을 교체하지 못한다면, 수도관 내부 세척·갱생이라도 해야 하는데 청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도사업자인 지자체장이 정책의 우선 순위에 두고 책임지고 깨끗한 물을 공급해야 한다. 현재 수도요금으로는 인건비 주기도 쉽지 않다. 수도요금을 현실화해서라도 깨끗한 물을 안심하고 먹게 해야 한다. 정부도 공공복지 차원에서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 방치하면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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