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불매운동 불똥 튈라” 도내 화훼농가 노심초사

“공감하지만… 시장 의존도 높아”
검역 강화로 통관 지연땐 직격탄
수출 앞두고 역풍 우려… 대책 호소

“한국 국민으로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동감하지만, 행여나 우리한테 불통이 튀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23일 정오께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장미농장에서 만난 임주완 플라워경기영농조합 대표(50)는 연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일본 수출규제 관련 뉴스를 살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함에 따라 일본으로 수출하는 화훼 농가들이 ‘역풍을 맞지 않을까?’ 하는 근심 때문이다.

고양과 파주에서 7천933㎡ 규모의 장미농장을 운영 중인 그는 매년 100여t의 장미를 생산한다. 이 중 3분의 1가량인 30여t을 수출하는데 전량을 일본에 보낸다. 사실상 수출을 일본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임 대표는 “화훼시장의 경우 7~8월은 비수기라 지금 당장 피해는 없지만 9월부터 일본으로의 수출을 앞두고 있어 에이전시를 통해 현지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며 “일본의 수출규제 파급 효과가 농수산물을 일본에 수출하는 업계로 번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본 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도내 화훼농가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지속될 경우 일본에서도 한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 수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유다. 장미와 국화 등을 재배하는 도내 화훼농가는 2천여 곳. 이들 농가는 신선도가 생명인 꽃의 특성상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 수출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인근에서 국화를 재배하는 이수환씨(55)도 현 상황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 일본에서 국화 소비가 많은 오봉절(8월15일)에 맞춰 수출한 국화에 대한 검역이 강화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씨는 “현지 업체에서는 일본으로의 국화 수출입에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검역 강화로 통관이 지연되면 꽃의 신선도가 크게 떨어져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우려에 따라 업계에서는 시장개척 등 대처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물류비와 가격경쟁력 등에서 밀려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화훼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일본이 농산물에 대한 검역강화 등 수출규제를 가할 경우 수출 물량이 내수 시장에 쏟아지면서 화훼 가격은 폭락할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일회성에 그친 지원사업을 펼칠 것이 아니라 시장개척 등 실질적으로 농민들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완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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