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이 고교 내신까지 책임진다며 판을 키워가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 수시 전형과 내신 비중이 커지자 중소규모 학원들이 특정 고교의 ‘내신 전문학원’ 타이틀을 내걸고 학생과 학부모를 공략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복잡한 대입 제도와 수시 전형 정보 부족 등으로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어 이들 전문학원을 찾고 있다. 사교육비가 줄기는커녕 더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4년 26만 원, 2015년 26만5천 원, 2016년 27만9천 원, 2017년 28만7천 원, 2018년 32만1천 원으로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 조사에서 사교육 받는 이유를 물었더니, ‘학교수업 보충·심화’ 즉 내신 성적 대비용이란 응답이 48.8%였다. 대입 내신 비중이 커지자, 학원들도 고교 내신 성적 관리를 겨냥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학원가에선 공부 잘하는 학생이 모여 내신 성적을 올리기 어려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나 특목고, 과학고 또는 입시 명문 일반고 학생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실제 고교 1학년 1학기 내신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한 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을 활용한 2학기 3주 완성 프로젝트’ 강좌를 개설, 2학기 중간고사를 노리라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정학교 교사들의 시험 문제 성향과 출제 패턴까지 분석해 현혹하고 있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성남의 단과전문 A학원은 여름방학을 맞아 ‘2학기 특강’을 오픈했다. 수강료는 월 80만 원으로 수업은 주 2회 한다. A학원은 특목고나 일반 명문고 특성에 맞춰 과거부터 최근까지 내신 관련 자료를 분석해 학원 자체 교재를 만들었다. 수원의 B학원은 국어와 영어, 내신과 논술이라는 전문 과목을 내세우며 학생 맞춤형 1:1 개별코치라는 차별화로 학생을 모으고 있다.
사교육 시장이 전문화ㆍ세분화하는 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2017년부터 야간자율학습까지 폐지되면서 학원가가 다시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학부모들은 학교 교육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아이를 학교에만 맡겨선 원하는 대학에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학원이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지도한다고 여긴다. 사교육 열풍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교육부는 이런 내신 전문학원들에 대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식이다. 학부모들의 교육열과 학벌 중시 풍토 때문에 사교육이 기승이라며 공교육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말뿐, 뾰족한 대안을 못 찾고 있다. 사교육은 계속 진화하고, 공교육은 제자리 걸음이다. 이게 우리 교육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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