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관용의 대륙으로 알려졌던 유럽에서 히잡.니캅.질밥.부르카 등 이슬람 전통복장 착용 금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총선을 5일 앞둔 지난 17일 거리, 학교, 기차, 버스, 법원 등 공공장소에서 이슬람 여성의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법을 승인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감싸는 이슬람 전통의상인 부르카가 "공공의 질서와 안전을 어지럽힌다"는 이유에서다.
새 법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얀 페터 발케넨데 총리가 이끄는 현 중도우파 정부가 오는 22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이번 각의 통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된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반이민정책을 선호하는 우파성향의 표를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발케넨데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당(CDA)이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부르카 금지법이 총선 후 의회에 제출돼 통과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전체 인구의 5%선인 100만여명의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는 네덜란드에선 지난 2004년 이슬람에 비판적인 영화를 만든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가 모로코 출신 이슬람 근본주의자에게 암살되면서 이슬람교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돼 왔다.
네덜란드에서 부르카 금지법이 발효되면 유럽에서 통과된 비슷한 종류의 법 중 가장 강력한 법규가 탄생하게 되며, 이를 계기로 지난해 프랑스 이민자 소요사태처럼 유럽 전역에서 이슬람 이민자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네덜란드의 이슬람 공동체가 17일 성명에서 "네덜란드 거리에서 부르카를 착용하고 있는 이슬람 여성은 50명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그럼에도 부르카 금지법이 추진되는 것은 이슬람 이민사회 전체에 대한 반감 때문이 아니냐"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이슬람 전통복장 금지를 둘러싼 갈등이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격렬한 논란 끝에 지난 2004년 학교에서 머리에 쓰는 스카프 형태인 히잡을 금지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영국 대법원은 지난 3월 얼굴과 손만 내놓고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전통복장인 `질밥'을 학교에서 금지한 조치를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지난 10월엔 초등학교의 보조교사인 한 이슬람 여성이 교실에서 눈만 내놓은 채 얼굴을 가린 `니캅'을 썼다는 이유로 학교로부터 정직 처분을 당했다
또 잭 스트로 하원지도자는 "이슬람 여성들이 베일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해 영국내 이슬람인들의 분노 시위를 유발했고, 토니 블레어 총리까지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을 쓰는 것은 분리의 표시"라고 가세했다.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도 지난달 "여성이 베일을 걸치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그녀를 볼 수 있어야만 한다"고 말해 `히잡' 논쟁에 불을 지폈다.
앞서 독일에서도 이슬람 여학생 2명이 이슬람 전통의상 부르카를 입고 다닌다는 이유로 정학처분을 당한 후 브리기테 치프리스 법무장관이 교복 착용 의무화를 제안,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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