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탐구> 미국-이스라엘 동맹에 변화오나
<기획탐구> 미국-이스라엘 동맹에 변화오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미국이고, 미국을 움직이는 것은 유대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강고한 동맹관계를 단적으로 설명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실제로 두 나라는 근 60년 동안 지극히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며 상호 생존을 도모하고 이익을 극대화해왔다.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면 이스라엘이 아랍권 국가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일종의 쐐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지중해와 홍해 사이에 놓여 북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를 분리ㆍ단절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은 아랍국 사이에 떠 있는 하나의 외로운 섬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스라엘 뒤에는 미국이라는 후견국이 늘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다. 이스라엘 건국의 산파가 미국이었고, 탄생 후엔 세계 어느 나라도 누리지 못하는 예외주의의 혜택을 누려왔다.

흔들림 없이 지속돼오던 양국 관계에 최근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라크 상황이 진퇴양난에 빠지고 이란 핵문제로 곤경에 처한 가운데 이스라엘과 발을 맞춰오던 미국의 정가에서 양국 관계와 중동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이런 목소리는 지난 7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무력침공하면서 벌써부터 제기됐다. 그러다 최근 상원과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에 패하면서 더욱 크게 불거졌다. 반세기가 넘도록 굳건하게 유지돼온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미세하나마 변화의 조짐이 이는 것인가.

최근 전개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 변화 조짐을 계기로 양국의 역사의 전개와 그 배경을 살펴본다.

◇이스라엘 건국의 산파 미국 = 1948년 5월 14일, 다비드 벤 구리온을 초대 총리로 하는 이스라엘 건국선언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텔아비브에서 열린 시온주의자 민족평의회를 통해서였다. 후일 골다 메이어 전 총리는 "드디어 우리들은 해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라도 우리는 유대인의 나라를 지킬 것이다"며 그날의 감격을 회고했다.

이스라엘 탄생은 지난 2천년 동안 이곳에서 살아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충격이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 버린 경우라고 할까. 하루 아침에 나라를 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유랑민으로 전락했고, 그 고난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스라엘 독립을 즉각 승인했다. 영국의 경우 팔레스타인 문제로 장기간 골머리를 썩여오다가 이를 미국 주도의 유엔으로 떠넘겼고,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이스라엘 탄생에 적극 개입하며 도왔다. 건국 후 초대 이스라엘 대사를 임명하는 등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왔음은 물론이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이를 두고 "이스라엘을 세운 유대인은 식민지배자다"라고 비판했다.

건국 선언 이튿날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아랍국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했으나 참담한 패배로 끝났다. 이후 다섯 차례나 더 발발한 중동전쟁의 첫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이스라엘은 1차 중동전쟁에서 미국과 소련의 지원, 고도의 군사전략과 전술 등이 힘입어 승리를 낚아냈다.

◇미국의 중동 현대사 역할 = 중동과 아랍에서 미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강한 힘을 발휘해왔다. 소련이 존재할 때는 그 힘을 양분하며 경쟁했으나 요즘은 현지 상황을 독자적으로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중동과 아랍 정세의 변곡점에서 미국은 그때마다 중재자 겸 보증자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며 위상을 과시해왔다. 예컨대, 지미 카터 대통령은 1978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총리로 하여금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통한 국교 수립으로 손을 맞잡게 해 흐름을 일거에 바꾸었다. 이로써 이집트는 이스라엘을 나라로 공식 인정한 첫 아랍국가가 됐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1993년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와 팔레스타인의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을 백악관으로 불러 팔레스타인 자치원칙에 합의토록 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중동의 공정한 균형추였을까. 대부분의 아랍국가들은 그렇게 인정하지 않고 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이익에 기초한 이스라엘 후원자라는 전제 아래 중동과 아랍지역의 질서구축 및 평화유지를 위해 나섰을 뿐이라고 본다.

군사분야를 예로 들면 이스라엘은 요새도 매년 26억 달러의 군사재정 원조금을 꼬박꼬박 받고 있다. 미국의 원조금은 이스라엘 국방예산의 20%를 차지한다. 이스라엘은 이 원조금을 바탕으로 F16 전투기와 무장운송기, 벙커버스터 등 고성능 첨단무기들을 사들인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미국은 거의 예외 없이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비난하고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지난 11일 미국이 반대해 무산된 것은 그 한 사례였다. 미국은 지난 7월에도 같은 내용의 비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예외적 핵 보유국' 이스라엘 = 이른바 '핵클럽 국가'를 제외하고 핵무기를 가지려는 시도는 그동안 철저하게 미국의 견제를 받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의 핵실험과 이란의 핵문제가 대표적 사례이다. 인도와 파키스탄만이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됐을 뿐 리비아, 우크라이나 등 많은 나라들은 미국 등 강대국의 힘에 눌려 중도에 포기했다.

유일한 예외국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이 비축해둔 핵무기는 200-400기에 이른다는 건 군사학계에서 오래 전부터 상식으로 통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고, 미국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학자들은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아랍국을 제압하는 감시견 역할을 하고 있어 미국에게서 예외를 인정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재래식 전력만으로도 아랍국을 능가하는 이스라엘이 핵무기까지 가져 힘의 우위를 과시하고 있다. 이는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등에서 강경 일변도로 자신감 있게 나갈 수 있는 물리적 바탕이기도 하다.

아랍국들은 자신들처럼 이스라엘 역시 핵무기는 물론 대량살상무기(WMD)를 없애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하고 요구한다. 그러나 성과는 별로 없다.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그 후견국인 미국이 콧방귀도 뀌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능력을 파괴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검토 중이라고 종종 흘려 대조를 이룬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19일 이란은 자국의 핵프로그램 지속 추구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위협했다.

◇유대인의 미국 내 파워 = 이처럼 미국이 이스라엘의 뒤를 노골적으로 봐주는 것은 정치ㆍ외교ㆍ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미국의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요처를 유대인들이 장악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유대계가 미국의 정계, 재계, 언론계, 법조계 할 것이 없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을 예로 들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장, 러처드 홀부르크 유엔대사, 대니얼 글리맨 농무장관, 미키 캔터 상무장관, 로버트 리치 노동장관 등이 모두 유대계였다. 상원의원 100명 중 11명이 유대계이기도 했다.

언론의 경우 양대 권위지인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가 유대인 가문의 소유이고, 4대 일간지의 경영진과 필진의 35% 가량이 유대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동부의 명문대학인 '아이비 리그'의 총장 40%가 유대인이며, 뉴욕과 워싱턴에 밀집한 로펌의 40%가 유대인과 직접 관련이 있다.

이 같은 비중은 행정부 교체 후에도 미국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없어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속사정의 일면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미국 전체 인구 중 유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3% 가량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엄청난 파워다. 약 3천500개의 각종 유대인 단체는 미국의 중동정책에 직ㆍ간접의 영향력과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 변화 목소리 = 미국의 일방적 지원은 이스라엘을 무소불위의 국가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는 주먹을 앞세워 강압적으로 자신의 이익과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경우 콘크리트 장벽 등에 막혀 통행의 자유마저 제한받고 있는 실정이다.

간헐적으로 터지는 테러사건에 대해서는 비난의 화살을 행위 자체로 돌린 가운데 그 배경은 숨기고서 오불관언이라는 자세를 보인다. 팔레스타인의 돌팔매 저항을 탱크와 자동소총으로 무력화시켜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정부와 언론은 일상사처럼 덤덤하게 다룰 뿐 심각하게 주목하지 않는다. 이는 팔레스타인의 테러 등에 대해 즉각 보도하며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경우와 크게 대조된다.

최근 미국의 태도에 변화의 조짐이 하나씩 나타나 주목된다. 레바논 침공으로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지던 지난 7월 말에 예루살렘을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아미드 페레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에게 민간인 피해에 우려를 나타내며 48시간 공습 중단을 요구했다.

근래 들어 보기 드문 이와 같은 요구는 이스라엘을 지원해온 '침략의 후원자'라는 불명예스러운 낙인에 부담을 가진 결과로 풀이되기도 한다.

게다가 이번 상원과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운신의 폭이 전보다 좁아지면서 힘보다 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노골적으로 터져나온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의 새 이라크 정책을 제시할 '이라크 연구그룹'이 이란과 시리아와 대화하라고 제안할 것이라고 최근 보도해 눈길은 모았다. 이 그룹이 미국의 단계적 이라크 철군과 이란, 시리아 등과의 고위급 직접대화 같은 집중외교에 나서도록 건의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시리아는 수니파와, 이란은 시아파와 특수 관계를 갖고 있어 이들 국가를 움직여야 이라크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현실적 해법찾기인 것이다.

이 같은 이라크 사태와 이란 핵문제 해법을 위해서는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 문제에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이 미국 안보에 부담이라는 비판이 미국 정치권 안팎에서 공공연히 제기됨으로써 이스라엘의 불안을 가중한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3일 백악관을 방문해 두 나라의 우호가 여전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레바논 침공 등에서 보듯이 국제여론을 무시하고 독불장군식으로 움직이는 이스라엘에 대해 미국이 더이상 과거처럼 무작정 감싸고만 돌 수 없다는 견해가 많아져간다. 여기에다 또 다른 지원국이었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마저 "중동정책은 진화해야 하며 새로운 파트너십이 가능하다"고 13일 연례 외교정책 연설에서 밝혀 이스라엘을 불편하게 한다.

그동안 미국의 중동정책이 이스라엘 중심으로 편향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꼬일 대로 꼬인 중동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제라도 종전과 같은 편향적 태도를 버리고 공정한 중간자로서 공존ㆍ공생의 항구적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것이 중동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진정한 해법인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이 생겨난 태생적 배경을 살펴보더라도 그렇다.

물론 최근의 변화상만으로 양국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고 단정하는 것은 섣부르다. 또한 전에 없던 급격한 변화가 이른 시일 내에 일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 중동과 아랍에서 이스라엘은 미국의 정치ㆍ경제ㆍ외교적 이익에 도움이 되는 지렛대로써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점은 극단에 가까울 정도로 이스라엘에 치우쳐 있던 미국의 무게중심이 중간지점으로 얼마나 가깝게 옮겨갈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