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95세 어머니를 춤추게 한 표창장과 문해교육
[기고] 95세 어머니를 춤추게 한 표창장과 문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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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김경호

우연히 진한 감동과 울림으로 95세 노모님을 춤추게 했던 아주 특별한 표창장을 봤다. 정식 표창장은 아니다. 시상자는 현재 초등학교 교장인 딸이고 수상자는 95세 어머니이시다.

‘표창장, 글씨쓰기 부문, 성명 000, 주민등록번호, 위 사람은 실제 95세로서 정신과 육체를 건강하게 관리하였고 향학열이 불타 글씨쓰기를 성실하게 실천해 왔으므로 그 사례가 모범적이므로 상금과 표창장을 주어 칭찬합니다. 2019년 7월 29일, 교육부장관 000, 00초등학교장 000’

어머니께서는 8남매를 두셨다. 정신과 육체 모두 건강하지만 무릎 관절이 아파 주로 앉아 있거나 누워 계신다. 매일 무료하고 외로워 자식들 이름을 부르며 한 품은 노래(?)만 부르신다. 무학(無學)이지만 떠듬떠듬 글자를 읽으신다. 이런 어머니에게 교장딸은 기지(機智)를 발휘했다. 바로 ‘온라인 글씨쓰기 과제’이다. 수원시에 사는 딸이 카톡으로 이 달의 글씨쓰기 과제를 제시하고 광주광역시에 사는 아들은 어머니에게 과제를 알려주고 글씨쓰기 과제를 다하면 사진 찍어 교육부장관(교장딸)에게 보낸다. 과제 내용은 ‘내 이름 쓰기, 자식 이름 쓰기’인데 특히, 자식 이름 쓰기를 좋아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정성껏 쓰셨다. 비록 개발새발 글씨를 쓰시지만 교장딸은 꼼꼼히 채점한 후 오빠에게 보내면 어머니가 직접 보고 확인하셨다. 교장딸은 지난 7월 말 교육부에서 1학기 분 숙제 검사가 발표되어 어머니가 1등 했다고 알렸다. 어머니께서는 기뻐하시며 모든 자식들에게 1등 소식을 전했다. 드디어 표창장을 전달하는 날, 교장딸은 교육부장관님을 대신해서 어머니께 표창장을 드렸고, 자식,사위,며느리들은 상금, 선물, 꽃다발을 효도선물로 드렸다. 표창장은 그 무엇보다도 어머님의 외로움과 무료함을 날려 버렸고 학습의욕 고취 및 가족애를 돈독하게 해주었다.

어머니의 비문해(非文解) 문제는 해방 이후 한국전쟁과 산업화, 경제적 빈곤, 유교적 문화, 가족주의 내 여성의 희생 등을 이유로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아픔이다. 제도교육의 사각지대에서 삶을 영위해 온 많은 어르신들은 아직 비문해 상태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다. 비문해자들이 자존감을 갖고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고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95세 어머니에게 표창장을 준 교장딸은 이미 문해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실천했다. 오늘도 홀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어머니아버지들에게 자녀들 또는 요양간호사를 통해 문해교육을 실시하면 훌륭한 노인복지가 될 것이다.

교장딸은 2학기 학습과제는 글씨쓰기, 그림 그리기, 색칠하기, 오리고 붙여 꾸미기 등이라며 재미있고 흥미 있는 과제를 미리 예고했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큰 관심을 가졌음은 물론이다. 어머니를 춤추게 했던 표창장의 백미는 어머니께서 받은 상금으로 자식들에게 점심식사를 한 턱 낸 것이다. 자식들이 함께 어머니를 생각하는 지혜로운 기지와 따뜻한 마음은 지금도 필자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 준다.

김경호  영덕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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