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예산 빼내 인천e음 카드 투입 논란

특별회계 예비비 1천515억 전용 市 “2020년 3월까지 전액 반환”
전문가들 “사용 부적절” 반대 매립지 인근 주민 집단행동 예고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 특별회계에서 1천500여억원의 예산을 빼내 ‘인천e음’ 활성화 등에 투입키로 하면서 예산 전용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천e음 사업이 매립지 특별회계 예산을 끌어 투입할 만큼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특별회계 예산 전용을 반대하고 있다. 더욱이 매립지 주변 주민들은 집단행동을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다.

시는 수도권매립지 특별회계 여유재원(예비비) 중 1천515억원을 일반회계로 전용하는 내용을 담은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다고 18일 밝혔다. 시는 이 전용 예산으로 롯데 측의 구월농산물 도매시장 매각이 늦어지면서 발생한 세입 부족분을 메우고, 인천 지역사랑상품권 인천e음 카드 사용에 따른 캐시백 예산으로 300억원(국·시비 포함 596억원)을 반영할 예정이다. 사실상 인천e음을 위한 ‘원 포인트’ 추경에 가깝다.

이를 두고 인천e음 예산이 특별회계 자금을 전용해 사용하기엔 적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e음 예산은 일반예산으로 편성하는 것이 맞으며, 과거 긴급 채무 상환처럼 특별회계 예산을 전용해 쓸 만큼 시급하지는 않다는 게 이유다.

육동일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인천은 과거 채무비율이 높아 특별회계 예산을 이용해 빚을 갚았는데, 인천e음 활성화는 당시 채무비율 조절과는 시급성 차원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무비율이 높으면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적은 사업 추진이 제약이 생겨 시급하지만, 인천e음은 다른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업이므로 예산 전용을 할 만큼 시급하지는 않다”고 했다. 또 “시와 소상공인 입장에선 인천e음 사업도 중요하겠지만, 이는 시가 일반회계의 다른 예산을 조정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특별회계는 별도의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할 목적이 뚜렷해서 만드는 예산이므로, 이를 일반회계 예산으로 가져오는 행정이 관행으로 자리 잡으면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매립지 특별회계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주변지역 환경 개선 등으로 사용하도록 조례에 목적 등이 분명하다. 그러나 인천e음 카드 활성화는 서구 지역 및 매립지 문제와 별다른 상관이 없다.

최계철 인천참여예산센터 소장은 “인천e음이 좋은 제도인 것은 맞지만 특별회계 예산을 전용하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라며 “시가 세입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세입 전망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했다.

특히 수도권매립지 인근 주민 불만도 커지고 있다. 매립지 인근에 써야 할 특별회계 예산을 시가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빼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효국 수도권매립지 협의체 위원장은 “수도권매립지 특별회계는 4자 협의에 따라 매립지 인근 주민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몫을 정해놨는데, 시가 용도에도 맞지 않게 자신의 입맛대로 마구잡이로 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가 이번 추경을 밀어붙이면 서구의회 의원 및 지역 주민과 함께 집단행동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시 예산담당관실 관계자는 “이번 전용 예산은 구월농산물 도매시장 매각 대금 등으로 2020년도 3월까지 이자 등을 포함해 전액 반환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는 붉은 수돗물(적수) 민원 해결 및 인천e음 활성화 등 총 947억원을 증액하는 내용의 제3회 추경(안)을 인천시의회 제256회 임시회에 상정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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