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들 “전용공간 만들어줬는데 길에서 담배” 불만
흡연자들 “사우나에 온 것 같아”… 보건소 “방안 찾겠다”
흡연자들이 폭염 탓에 ‘찜통’으로 변해버린 흡연부스 이용을 외면, 흡연부스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일 오후 찾은 수원시 팔달구의 한 도서관 앞 흡연부스. 이 부스의 바깥에는 3명의 시민이 모여 담배를 즐기고 있는 반면, 부스 내부에는 단 한 명의 이용자도 없었다. 담배를 태우러 흡연부스를 찾았으나 밀폐된 공간인 탓에 내부가 너무 더워 흡연자들이 부스 안이 아닌 밖에서 흡연을 하는 것이다. 흡연자들이 내뿜는 담배연기 때문에 부스 앞을 지나는 시민들은 손으로 코와 입을 막은 채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었다.
대학생 A씨(23ㆍ여)는 “돈 들여서 담배를 피우라고 전용 공간까지 만들어줬는데 왜 굳이 밖으로 나와 흡연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도서관을 이용하는 다른 학생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구리시 인창동의 구리역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흡연부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부스 안에는 환풍기가 4대나 설치돼 있었으나 오랜 시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흡연부스 앞을 지나던 B씨(32)는 “구리역을 이용할 때마다 앞을 지나가는데 대부분의 흡연자가 부스 밖에 서서 담배를 피운다”며 “단속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주는 길거리 흡연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흡연자들은 부스 내부가 너무 더워서 도저히 안에 들어가 담배를 태울 수 없다고 항변했다. 흡연자 C씨(38)는 “흡연부스의 공간이 협소하고 최근 날씨가 너무 더워 안에 들어가 있으면 마치 사우나에 온 기분”이라며 “담배를 피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부스를 찾는 건데, 밀폐된 곳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싶진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일선 보건소 관계자는 “흡연부스 주변 단속을 강화해 비흡연자들이 간접흡연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며 “폭염에도 흡연자들이 부스를 이용하도록 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 내에는 총 353개의 흡연시설(지난해 6월 기준)이 설치돼 운영 중이다.
원광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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