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종전의 화석연료, 원자력 등을 사용하는 에너지 정책에서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정책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의 30%, 40%를 유지해주던 석탄 화력은 더럽고 미세먼지를 유발하여 못 쓰겠다고 하고, 원자력 발전은 위험해서 못 쓰겠다고 한다. 갑자기 환경성, 안전성이라는 화두가 등장하면서 경제성은 이야기하면 안 되는 요소가 됐다. 에너지 정책의 수립시에 과연 경제성을 무시해도 되고 원자력발전을 안전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고서도 원자력 발전을 유지하는 정책결정을 한 것이나 선진국인 프랑스가 원자력 발전의 강국으로서 그 정책을 변화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를 준비하는데에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므로 그 기간 동안만이라도 이미 설치되어 있는 원자력과 화력발전을 그대로 가동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문제를 우리 사회가 여태까지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던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의 시각에서 분석하고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선택의 시대에 살고 있다.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종류가 대단히 많다. 지난 200여 년 동안 사용해왔던 석탄도 있다. 석유도 사용할 수 있고, 지난 60~70년 동안 사용해왔던 가스도 대안이다. 지금 개발되고 있는 바이오 연료도 가능성이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도 있다. 이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어떻게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
에너지 믹스시, 특히 발전 부문의 믹스의 경우에 여러 가지 발전 방법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합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에너지 믹스의 합리성을 판단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기준을 생각해야 한다. 첫째, 기술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고 어떤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가, 타임 프레임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냉정한 평가이다. 원전은 현재의 기술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미래의 기술이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문제 때문에 환경성도 중요하다. 둘째, 안전성 기준이다. 위험하다고 피해갈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경제성 기준으로 이것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넷째, 사회적 기대치와 수용성이다. 우리 국민들의 사회적 기대치가 매우 높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홍보나 교육 등을 통한 수용성 확보가 필요하다. 다섯째,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러한 합리성 기준을 충족시키는 정책은 당분간은 에너지 믹스정책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의 기술인 원자력을 당분간 활용하면서 그 위험성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기술인 신-재생에너지도 적정한 입지 파악, 환경훼손이나 토지보상을 둘러싼 인근 주민들의 반대, 에너지 저장시스템(ESS)의 개발, 새로운 에너지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전기료 인상이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 등의 난관을 지혜롭게 잘 해결하면서 그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고문현 24대 한국헌법학회장·숭실대학교 기후변화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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