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몸살앓는 시화호 갈대습지, ‘습지보호지역’ 지정해야

수질오염이 심각한 시화호를 살려낸 것은 안산 갈대습지다. 시화지구 간척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된 시화방조제가 완공된 이후 인근 공단과 반월천ㆍ동화천ㆍ삼화천 등에서 시화호로 유입되는 오염수의 수질개선을 위해 한국수자원공사가 2005년 갈대습지를 조성했다. 면적이 103만8천㎡에 이르는 국내 최초의 대규모 인공습지다.

갈대습지는 자연정화 방식의 하수종말처리시설이나 다름없다. 시화호 수질정화는 물론 사계절 습지를 보금자리로 살아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철새 등에게 쾌적한 생태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은 자연을 벗삼아 도시민들이 휴식하는 생태공원이면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최근 이 갈대습지가 몸살을 앓고 있다. 물 부족 탓에 습지 바닥이 드러나면서 육지화 되고 있다. 물 공급이 안돼 습지 역할을 못하게 되면 오염수를 정화하지 못해 시화호까지 오염될 수 있고, 동식물의 서식활동도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

황당한 것은 물 부족 현상이 습지를 공유하고 있는 안산시와 화성시의 갈등 때문이라고 한다. 두 지자체가 약 17만㎡의 미개방지역(안산 6만여㎡ㆍ화성 11만여㎡)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 2월 화성시가 갈대습지 미개방지역을 관광문화지로 개방 검토하는 내용의 용역을 추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안산시는 미개방지역 경계를 하천 물길을 따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렇게 하면 미개방지역 전체가 안산지역이 된다. 이에 갈대습지에 물을 공급하는 저류시설을 갖고 있는 화성시가 안산시 출입을 제한했다. 때문에 물이 필요할 때 제때 공급을 못해 습지가 메마르게 됐다고 한다.

두 지자체 갈등으로 습지가 망가지게 해선 안된다. 안산시와 화성시는 2016년 ‘반월천 저류시설물 관련 협약’을 통해 저류시설물 전기요금을 안산 60%, 화성 40%로 분담하고, 미개방지역은 생태계 서식지로 보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합의를 이룬 바 있다. 서로 잘 지키면 문제가 없을 듯하다. 두 지자체는 습지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갈대습지의 또 하나의 문제는 불법 수렵행위다. 지난달 30일 갈대습지 수변지역에서 남성 2명이 ‘컴파운드 보우’로 잉어 등을 잡다가 적발됐다. 컴파운드 보우는 석궁과 달리 총포법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누구나 소지 가능한데 이걸 들고 나타난 것 자체가 문제다. 갈대습지에는 수달과 저어새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만큼 불법 수렵행위는 엄단해야 한다.

시화호 갈대습지에 대한 총체적 진단과 함께 체계적ㆍ전문적 관리가 필요하다. 갈대습지 보호를 위해서는 이곳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멸종위기 생물종의 서식지 파괴와 오염, 불법 수렵행위 등을 막고 생태계를 지켜낼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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