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의 꿈’은 그렇게 최루백과 여미와 만났다. 400여년의 시대가 차이 났지만 ‘효’와 ‘충’, ‘예’의 정신만은 일맥상통했다.
지난 21일 오후 7시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 창작 오페라 ‘정조대왕의 꿈’이 보여준 값어치는 말 그대로 값졌다. ‘오페라’라는, 다소 이국적 냄새가 짙은 예술 분야였지만 그 속에서 찾아낸 우리 것의 의미는 상상 이상이었다.
현대 문명은 분명 경제 뿐 아니라 문화 또한 교류되기 마련. 이 가운데 전통의 가치를 잊지 않고 독자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정조대왕의 꿈’은 그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 젖혔다.
‘정조대왕의 꿈’은 신하들과 함께 사도세자의 능이 이장될 만한 장소를 찾던 정조가 낮잠을 자다 꿈을 꾼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일종의 액자소설 형식으로 ‘현실’의 정조가 400여년의 시공간을 초월한 고려시대 최루백의 삶을 목격하고 효와 충, 예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는 것.
여미와의 혼인을 약속한 최루백은 아버지의 죽음을 전해 듣고 복수를 위해 호랑이의 배를 가르는가 하면 여미를 가로채기 위해 있지도 않던 다른 집안과의 정혼 약속을 내세운 훈도령의 계략에 고민하며 나라를 위해 기꺼이 전쟁터로 나간다. 결국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지만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정도의 길을 걸은 최루백.
꿈에서 깨어난 정조는 마치 깨달음을 얻은 듯 그곳으로 사도세자의 능을 이장케 하고 화성을 축조하도록 명한다.
‘정조대왕의 꿈’은 이처럼 화성의 봉담 지역에서 고증된 최루백에 관한 스토리를 정조와 연결 시킨 작품으로 지역적 정서가 깃들어 있으며 수 없이 밀려드는 외국의 유명 오페라와 맞서고 있다.
화성시와 이 지역에 기반을 둔 화성오페라단(단장 김미미)이 의기투합했으며 제작 기간만 무려 3년, 마땅한 연습장소가 없어 교회를 빌리는 등 어렵사리 내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오페라를 통해 장애우나 불우이웃 등에게 위안을 주었던 화성오페라단만의 색깔있는 레퍼토리가 될 것으로 보이며 무작정 기존작으로 승부했던 여타 예술단체에게는 일종의 모범적 케이스가 되지 않을까 한다.
임금과 신하, 궁녀들이 제대로 된 한복을 갖춰 입고 정확한 한글 발음으로 관객들에게 펼치는 오페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었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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