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민주로의 초대] 역사적 현장 몸소 체험하며… 민주주의 가치 새기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주최 본보 주관, 4주간 여정 시작
초중고 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함께하며 세대 허문 교육… 뜻깊은 시간
3·1운동기념관·광주나눔의 집·선감학원 등 방문해 민주주의 생각 교류
“교과서에서 보기힘든 역사적 사실 초점, 도민에 시민정신 체험기회 마련”

▲ 경기도형 민주주의 체험교육인 ‘역사 속 민주로의 초대’ 행사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3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민주주의 체험 캠프에 참가한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양평 체인지업캠퍼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주최, 경기일보 주관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약 4주간에 걸쳐 우리나라 민주주의 관련 역사 장소를 탐방ㆍ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시범ㆍ전형민기자
▲ 경기도형 민주주의 체험교육인 ‘역사 속 민주로의 초대’ 행사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3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민주주의 체험 캠프에 참가한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양평 체인지업캠퍼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주최, 경기일보 주관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약 4주간에 걸쳐 우리나라 민주주의 관련 역사 장소를 탐방ㆍ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시범ㆍ전형민기자

국내 민주주의 관련 역사 장소 체험학습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행사 <역사 속 민주로의 초대>가 막을 올렸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주최하고 본보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역사 속 민주주의 현장을 방문ㆍ체험해 그 가치를 제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지난달 27일부터 약 4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도내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목적으로 기획해 ‘체험형’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교육과 차별화 됐다. 아울러 민주주의를 말과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장 방문과 토론을 통해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고 이를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는 형태를 갖춰 현재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했다.

더욱이 행사에는 이제 민주주의의 의미를 깨달아가기 시작한 초ㆍ중ㆍ고등학생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근현대를 직접 살아온 역사의 증인인 50~70대 어르신들이 함께하며 세대와 역사의 벽을 허물고 민주주의를 논하고 교류할 수 있게 구성돼 의미를 더했다.

행사는 지난달 27일 ‘독립ㆍ평화’를 주제로, ‘국민이 이끌어 가는 나라’를 테마로 화성 제암리와 매향리에서 진행됐다. 행사에 참석한 오산 운산초 학생 100여 명은 이날 오전 10시 화성 소재 제암리 3ㆍ1운동 순국 기념관을 방문했다. 학생들은 약 2시간 동안 두 팀으로 나뉘어 해설사의 설명 하에 묘지 참배, 영상 및 전시실 관람, 3ㆍ1 정신 교육을 관람했다. 묘지는 ‘23인 순국묘지’로 지난 1919년 4월15일 제암리 교회에서 학살 당한 순국선열의 시신이 묻혀 있는 곳이다. 학생들은 3ㆍ1운동 당시 시대적 배경과 전개과정, 일본이 저지른 제암ㆍ고주리 학살의 참담한 역사와 유가족의 증언 등을 사료와 영상으로 시청했으며 우리나라가 현재의 민주주의 국가에 이르기까지 겪어온 고난의 역사와 선현들의 숭고한 희생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광주 나 눔의 집을 방문한 참가자 들이 소녀상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흉상을 살펴보고 있다.
광주 나 눔의 집을 방문한 참가자 들이 소녀상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흉상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매향리 평화마을을 방문해 미 공군의 폭격연습장으로 활용된 쿠니 사격장과 매향리 교회, 평화 역사관 등을 통해 평화의 소중함은 물론 민주주의와 평화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학생들은 이 같은 느낌을 생생히 남기고 친구들과 교류하고자 행사 종료 후 모둠별 탐방 토의 및 후기 제작을 통해 평화의 중요함과 평화에 뒤따른 선현들의 희생을 통해 얻어진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노래했다.

두 번째 행사는 지난달 29일 안산에서 ‘생명’을 주제로, ‘기억과 약속의 길’을 테마로 삼일공고 학생들과 광명에서 오신 어르신들 100여 명과 함께 진행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처음으로 방문한 장소는 단원고 4ㆍ16 기억교실이었다. 참가자 일행은 4ㆍ16 안산 순례길 체험을 시작으로 단원고 추모 조형물 앞에서 묵념하고 지난 2015년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세상을 떠난 학생들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4ㆍ16 기억전시관을 방문해 4년 전 참담했던 순간을 마음 속으로 느끼며 유가족과 안산을 위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오후에는 선감학원을 방문했다. 선감학원은 지난 1941년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가 교화를 명목으로 부랑아를 잡아들여 인권침해 및 강제징용 등을 행한 장소로 1982년까지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무자비하게 억압한 대표적인 기관으로 손꼽힌다. 참가자 일행은 원생숙소와 직원관사를 방문해 당시에 만연하게 이뤄진 개인의 권리 침해는 물론 국가적 차원의 폭력이 남긴 공포, 억압, 분노, 한 등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행사의 백미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광주ㆍ이천ㆍ남양주에서 1박2일에 걸쳐 열린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노동ㆍ인권’을 주제로, ‘자유와 권리에 관한 고찰’을 테마로 진행됐다. 동두천ㆍ양주 청소년교육의회를 비롯해 수원희망교육시민포럼, 누구나꽃마음학교, 한국NGO레인보우, 개인ㆍ가족 참가자 120여 명은 프로그램 첫 날 오전 10시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했다.

화성시 매향리 평화마을 찾은 오산 운산초 학생들이 미공군 쿠니사격장에서 수거된 표적과 포탄 등 을 살펴보고 있다.
화성시 매향리 평화마을 찾은 오산 운산초 학생들이 미공군 쿠니사격장에서 수거된 표적과 포탄 등 을 살펴보고 있다.

나눔의 집은 지난 1992년 설립된 곳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에 의해 성적희생을 강요당했던 ‘일본군 성폭행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여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최근 한ㆍ일 관계가 최악에 다다른 가운데 참가자들은 나눔의 집에서 역사관 제 1ㆍ2관에서 일본군의 만행, 살아남은 할머니들이 평생 동안 겪어온 고통 등을 활자와 영상으로 접하며 다시는 이런 역사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증언ㆍ체험ㆍ기록 등으로 구성된 테마별 전시관을 통해 당시 피해자들이 살았던 방, 타국의 일본군 성폭행 피해자의 증언 등을 접할 수 있었다.

또 추모공원을 방문해 일본의 사죄를 끝내 받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을 위로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오후에는 이천 민주화 운동 기념공원을 방문했다. 공원 위에 있는 민주광장에는 민주주의의 염원이 담긴 ‘염원의 빛’ 추모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눈길을 모았다. 전시실에는 열사와의 예술공감이라는 테마로 독재시대 고단한 민중 현실을 풍자한 공연, 음악, 미술, 문학 작품 등이 소개돼 격동의 1960~1980년대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저녁에는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약 1시간 동안 김준혁 한신대 교수의 ‘정조가 보여준 소통의 정신 그리고 인간을 향한 존중’ 강연이 진행돼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애민정신과 그에 따른 민주주의의 시발점 등을 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교수는 정조대왕이 판결문을 볼 때 경전같이 대한 일화를 통해 그의 생명 존중 사상을, 서얼과 노비를 사람답게 대접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정조대왕 이후에도 광복 직후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인 차일혁의 사례를 통해 적서 차별 철폐 등 우리나라가 과거부터 민주주의를 지향해 현재에 이르게 된 과정을 재미있게 설명해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행사는 다음날 남양주 소재 마석 모란공원 방문으로 막을 내렸다. 참가자 일행은 공원에서 박종철 열사와 전태일 열사를 추모했다.

남양주시 마석 모란 공원 내 민주열사 묘역에서 참가자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남양주시 마석 모란 공원 내 민주열사 묘역에서 참가자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박채연 양(18ㆍ동두천외고2)은 “그 동안 책으로만 봐왔던 민주주의의 역사와 소중함을 현장을 방문해 직접 느낄 수 있어 의미가 특별했다”라며 “앞으로도 한 사람의 민주시민으로서 역사를 이해하고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지켜낼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겠다”라고 말했다. 또 정영숙 어르신도 “과거 민주주의가 형성되던 시기를 직접 살아온 사람으로서 순간순간이 생생하고 뭉클한 기분마저 든다”라며 “민주주의를 형성하는데 시행착오가 많았던 만큼 민주주의의 가치가 더욱 발전하며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체험형 프로그램인만큼 교과서에서 접해보기 힘들었던 역사적 사실과 인물을 조명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다”라며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고사성어처럼 많은 도민들이 참여해 역사 속에서 민주적 가치를 지키려 했던 시민들의 정신을 체험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행사는 남은 3주간 도내 민주시민교육 현장 7곳(수원ㆍ화성ㆍ안산ㆍ파주ㆍ이천ㆍ남양주ㆍ광주)을 기반으로 한 5개의 테마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보다 자세한 일정 및 문의는 ‘역사 속 민주로의 초대 사업 소개’ 홈페이지 및 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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