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꺾는 행위는 열매를 맺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유린당하고 숨죽여야 했던 수많은 조선의 소녀들이 있다. 세월이 지나 그녀들은 불의에 맞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녀들을 위한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성노예로 일본군에 끌려가 고초를 겪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대건고 학생들이 마음을 모았다.
10일 낮 12시30분께 인천 연수구에 있는 대건고등학교 중앙 현관.
수백명의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 등이 모인 가운데 자그마한 평화의 소녀상이 학교 중앙 현관에 들어섰다.
소녀상 건립 비용은 총284만9천370원으로 오로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모금했다.
소녀상을 전시하는 지지대(좌대)는 8.15 광복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징인 나비를 형상화했다.
소녀상 좌대 제작은 대건고 미술 담당 이강재 교사가 맡았다.
학생회와 학생들은 올해 초부터 소녀상 설치를 논의해왔다.
본격화한 것은 지난 7월말.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금지 등 경제보복과 그릇된 역사관으로 한국을 압박하면서다.
학생들은 불합리한 일본의 조치가 역사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고 소녀상 건립으로 이어졌다.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의 역사 의식 변화와 활동에 지지를 보냈다.
특히 대건고는 수년 전부터 독도 영상관을 중앙 현관에 설치해 학생들의 역사 의식을 고취해 왔다.
가장 먼저 소녀상 건립을 건의한 도현승(2년) 학생은 “시험 기간에 시간을 내어 친구들과 소녀상을 건립 하기 위한 논의를 끝내야 했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하지만 일본의 그릇된 역사관과 경제보복에 분노한 친구들이 많이 공감해줘 이번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열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진성 대건고 교감은 “역사 의식에서 비롯된 학생들의 활동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도 확산하고 있다”며 “모든 활동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주도했던만큼 선생님들은 적절한 조언을 통해 학생이 바른 의식과 역사관을 갖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주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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