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시행 1년 지났지만 시민들 자발적 참여 의존
“자전거를 탈 때 안전모를 쓰는 게 의무화됐다고는 하지만, 어긴다고 해서 벌금을 내는 것도 아니니까 안 쓰게 됩니다”
정부가 자전거 이용에 따른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는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단속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등 강제수단이 없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찾은 수원시 행궁동의 화성행궁광장. 행궁광장은 넓은 공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자전거를 빌려주는 대여소도 있어 자전거를 타고자 모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행궁광장에서는 가족과 연인 등이 함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있음에도 이들 중 안전모를 착용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자전거대여소에서는 자전거를 빌릴 때 안전모도 함께 제공하고 있었지만, 안전모를 챙기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이날 1시간가량 대여소를 관찰한 결과 안전모를 함께 챙기는 사람은 10명 중 1명 수준이었다.
자전거를 타기 위해 6살 아이와 함께 행궁광장을 찾은 A씨(36ㆍ남)는 “자전거 탑승 시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됐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아이가 안전모를 쓰면 불편해해서 따로 챙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용인시 죽전동의 탄천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도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자 탄천을 찾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마찬가지로 1시간가량 관찰한 결과 이곳을 찾은 자전거 이용자들의 60%가량은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
이처럼 ‘자전거 안전모 의무화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가운데 근본 원인으로는 미흡한 처벌 규정이 지목되고 있다. 자전거 안전모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개정 도로교통법 제50조’는 4항에서 일반자전거 인명보호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4항(일반자전거)에 대한 처벌 규정은 따로 없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도 따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보니 헬멧 착용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만 현장 계도 등의 조치를 통해 자전거 이용자들이 안전모를 쓸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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