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포대기와 저출산

세계적인 검색사이트 구글에서 Podaegi(포대기)를 검색하면 한국식 사용방법과 후기가 올라와 있다. 한국식 포대기는 아마존과 같은 해외 여러 사이트에서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혹자들은 또 하나의 한류라고 하지만 천조각에 싸여 어머니 등 뒤에서 세상 밖을 구경하는 아이의 모습은 아프리카의 어느 촌락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어린아이의 부모가 되는 것은 인생으로는 다 측량할 수 없는 노고(勞苦)의 씨를 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출산과 육아는 어렵다. 특히 아이를 등에 업고 키우는 애착 육아 방식은 요람으로 상징되는 서구의 독립육아 방식보다 더 힘들고 더 수고롭고 더 애써야 한다. 그렇지만, 거친 세상과 처음 만나는 아이에게 엄마의 따스한 등은 큰 위안이며 울타리다.

인간은 임신이라는 확률적인 사건으로 태어나 죽음이라는 확실성을 향해 나아가면서 부모를 닮으며 성장하고, 배우고 익힌 몸짓과 행동 하나하나는 인류의 관습과 풍속으로 집약된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관습과 풍속을 인간 사고(思考)의 산물이라고 했다. 사고능력이 환경에 따라서 변하듯 관습과 풍속도 시대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큰 문제가 되는 저출산도 이러한 변화 중 하나이다. ‘2018년 출생통계’를 보면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인 32만 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해 출생아 수를 이보다 더 적은 30만 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04년부터 국가적 차원의 저출산 대응 노력에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초 저출산 현상은 이 땅에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인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보다도 합계출산율이 낮다. 특히 2016년 기준 비혼 출산 비율은 다른 국가들이 20~70%로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한국은 1.9%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관련 연구가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기성세대의 묵인과 방관이다. 갓난아기들에게 포대기가 필요하듯 낯선 세상과 마주한 젊은이들에게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또한,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지지해줄 든든한 등받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손영태 경인지방통계청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