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다원주의적 관점에서 본 우리사회 인권레짐
[함께하는 인천] 다원주의적 관점에서 본 우리사회 인권레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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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규범 및 규칙들의 총합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 ‘레짐’은 인간의 행태나 인간 간의 상호관계를 일정한 방향으로 결정하는 틀을 제공한다. 최근 매스컴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인권레짐은 그 사회가 갖는 특성과 환경에 맞는 인권에 대한 상대적 가치, 규칙 등을 의미한다.

얼마 전 일본의 노인인권 관련 단체와의 국제학술 포럼은 인권레짐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는 기회였다. 우리나라는 요양시설 학대 신고자가 보호자인 경우가 많은 반면 일본은 신고자가 보호자인 경우가 극소수라고 한다. 또 일본 시설 내 폐쇄회로(CC)TV 설치에 대한 인권레짐은 반인권적인 행위로 보며, 노인에 대한 억제대 사용도 반인권적 행태로 간주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신체적 구속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이러한 환경이 특별한 인권적 관점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시설 내에서 행해지는 서비스의 가치와 매뉴얼에 의한 행위라고 인식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CCTV 설치는 시설 내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함이 크다.

일본의 경우 보호자를 통한 시설 내 학대신고 및 민원이 거의 없다는 점은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하는 인권레짐이다. 물론 보호자에 의한 신고가 없다는 것은 일본의 개호보험 시장 내에서 인력 및 시설인프라가 완벽하다는 전제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의 노인 요양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개인이나 여러 집단이 기본으로 삼는 원칙이나 목적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다원주의적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70년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급속한 산업화를 통해 빠른 경제성장을 이뤘다. 급속히 추진된 산업화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했다.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의 격차는 점점 심각해지고 사회적 약자 가운데 사회적 효용성이 없는 노인들은 경제발전 이라는 우선과제 속에서 소외됐다. 결과적으로 OECD 국가 중 빈곤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게 된 것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인권과 복지에 대한 논의는 대권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당선 전략이 되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인권과 복지라는 이슈가 필승전략이 됐다. 하지만 최근의 인권에 대한 가치와 제도들이 우리들의 의식과 가치관과 호흡을 같이 하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성평등에 대한 가치는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지 않는 이슈였다면, 최근의 성평등은 남자와 여자의 양성평등만이 아닌 동성애와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평등과 같은 가치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의 미투 운동전개나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등이 시행되면서 사회와 조직내에서 인권유린을 당한 당사자들을 보호하고 차이와 차별을 당하는 반인권적인 행태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인권의 절대적 가치는 존엄한 인간 가치에서 평등의 이념을 추구하는 것이지 인권이라는 규범을 만들어 이를 지키지 않는 자들을 심판자로서 심판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인권교육 또한 침해받는 인권에 대해서만 언급할 것이 아니라 더불어 평등하게 살아가야 할 가치를 가르치는 인권교육이 필요하다.

정희남 인천시노인전문보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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