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문화현장을 가다/2004 ‘오픈 스튜디오’ 프로젝트
리뷰 문화현장을 가다/2004 ‘오픈 스튜디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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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연장…‘새로운 소통’ 위한 시도

작가의 생명공간인 작업실. 창작의 열정과 미래의 자화상을 그려보는 그곳은 작품 탄생의 현장인 동시에 작가의 작업의도를 유추해 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만의 작업공간을 꿈꾼다. 안정된 창작기반은 작가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터전을 제공하고 한 작가의 역사성을 온전히 담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2004 오픈스튜디오 프로젝트 ‘작업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지난해 1년 동안 1·2차에 걸쳐 안성희씨를 비롯 권자연, 권영지, 이슬기, 이제, 김월식, 박용석, 장우석, 조은지, 조경란씨 등 서울·경기지역 10명의 젊은 작가가 자신의 작업장이나 인근에서 개별 프로그램을 갖고 오픈스튜디오를 펼쳤다.
참여작가는 지난 2003년 열렸던 ‘연남동 작업실 오는 길전’과 ‘요진쉐레이전’을 통해 오픈스튜디오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로서 그 연장선상에서 개별 작가들의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 마련했다.
행사를 이끈 조은지씨는 “오픈 스튜디오의 개념은 작가의 작업과 관련된 모든 것을 포함한다”며 “스튜디오를 개방하는 행위 자체를 작업의 연장으로 설정하고 새로운 소통을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작가와 평론가, 큐레이터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을 더욱 유기적으로 관계 맺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작가들은 단지 작품을 전시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젊은 작가들만의 다양성과 차별화를 한껏 선보인 것.
작업장 주변을 산책하는 이벤트를 마련하거나 최근 이슈가 된 천성산 도롱뇽 살리기운동을 전개한 지율 스님 초청강연을 비롯 단편영화상영, 토크쇼, 연극 등이 펼쳐졌다.
첫번째 행사는 지난해 6월 ‘산책하다’는 뜻의 ‘프로머나드(promenade)’. 광주 영은미술관 입주작가인 안성희씨는 자신의 작품을 타자(관람객)에게 보여주는 기존의 작품발표에서 벗어나 작업장 주변을 산책하며 작품세계를 펼쳤다.
참가자들은 작가가 설치한 ‘미술관 산책로 지도’를 들고 미술관을 산책했으며, 세미나룸과 작가 스튜디오에서 작업에 관한 발제와 토론을 펼쳤다. 이어 권영지씨는 ‘섬에서’란 주제로 작업장 내부와 외부를 연결시켜 ‘공간’에 대한 사회 문화적 코드를 짚었다.
서울 구기동 신영삼거리 교통안전지대 한복판에서 비가 오는 가운데 반짝이 의상을 입고 기타연주 퍼포먼스를 펼쳤다. 일상적이거나 익숙한 전시를 벗어나려는 이들의 의도는 개별 작가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서 더 빛났다.¶이슬기씨는 체인으로 연결된 5개의 반지를 손에 껴보는 체험을 담은 ‘타임머신’을 기획했다. 반지를 끼고 반지에 얽힌 서로의 추억을 나누는 것.
서울 창천동 쌈지스튜디오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반지가 담고 있는 관계 형성이나 소속감 등을 나누는 기회를 마련했다.
조은지씨는 “반지체험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먼 추억여행을 떠난 기분이라 신선했다”고 말했다.이어 이제씨는 참여작가들의 작업장을 담은 회화작품을 선보였다. 작가의 창작공간을 또다른 작가가 엿본다는데 눈길을 끌었다. 1부 마지막 참가자인 이제씨는 카메라를 들고 그들의 작업장을 찍고 작업장 풍경을 구상회화로 선보였으며, 그 동안 자신의 창작작품을 리뷰했다.
이날 중견작가 최진욱씨(추계예술대학교 미술부 교수)를 초청, 작가와의 대담을 마련하기도 했다.
2부는 가을께 열렸다. 장우석씨는 청춘남녀의 만남을 주선한 ‘lovemesweetbus’를 장흥에서 마련했다.
참자가를 모집 24인승 미니 버스에 동승한 이들은 단풍을 감상하며 유원지 장흥에서 커플을 맺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조씨는 이 결과물을 채집, 재구성해 또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은 작가와 참가자들이 서로의 결과물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상황을 연출했다.전시를 기획한 조은지씨는 생명의 소중함을 음악이란 요소에 접목시켰다. 지난해 7월 고양시 대곡역 근처의 개 농장에서 그가 이끄는 그룹 ‘금성일식’과 함께 공연을 펼쳤으며, 11월에는 서울 하자센터에서 지율 스님을 초청, 천성산 도롱뇽 재판이야기와 ‘생명에는 대안이 없다’는 명제로 강연을 펼쳤다.
백주연씨는 참자가들과 베개가발을 쓰고 경복궁 입구에 모여 퍼포먼스를 벌였다. 졸린 사람은 그 자리에서 잠을 청하는 등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번 오픈스튜디오는 행사 관련 기록물과 좌담회 녹취록, 작가 작업 이미지 등을 정리해 자료집을 발간할 예정이며, 내달 초 대안공간 풀에서 아카이브전을 기획하고 있다. 오픈스튜디오 참가자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담아냈다. 붓작업에 의존하는 기존의 전시행태를 떠나 작가와 동참하며 작업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을 펼쳤다는데 의미가 있다. www.welcomestudio.org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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