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스튜디오’는 작가의 작업과정을 공개하면서 그 동안의 작업 과정이나 방법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하여 설명하고, 주변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단순히 관람을 원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 작가, 평론가 등 다양한 층의 사람들과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검토해 볼 수 있는 형태가 오픈 스튜디오라고 할 수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젊은 작가들 사이에 오픈 스튜디오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어 가는 듯 하다. 오픈 스튜디오는 그동안 기성세대 작가들끼리 작업실을 공개하던 방식과는 다르다. 먼저 오픈 스튜디오에 대한 계획을 철저히 세운다. 종합 전시 날짜를 정하고 이에 맞추어 마치 일기를 기록하듯이 작업의 속도를 계획서에 기록하고, 시간에 따라 작품의 흐름을 알기 쉽게 사진이나 캠코더 등으로 기록을 한다. 그리고 그동안 작업실 방문객들도 기록하고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의견도 기록한다. 이렇게 작품제작을 해 나가는 동안 자신과 연대해서 오픈 스튜디오를 계획 중인 작가들과의 모임도 수시로 갖는다.
물론 그동안 인터넷상으로 자신의 작업과정을 올려 다른 동료들에게도 작업 과정을 보여 준다. 그리고 오픈 스튜디오 날짜와 종합 전시 날짜 계획에 맞게 전시할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오픈 스튜디오 당일에는 그동안 자신이 전개해왔던 작품제작의 전 과정을 기록물과 함께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작업실과 결과물을 공개한다. 그리고 참여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논의한다. 이제의 오픈 스튜디오는 ‘2004 오픈 스튜디오 프로젝트’의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2004 오픈 스튜디오 프로젝트는 2003년도에 진행하였던 ‘연남동 작업실 오는 길전’과 ‘요진 쉐레이전’에 참가한 작가들이 작업실간의 유기적 기능을 새롭게 발견하고, 2004년에는 보다 조직적인 관계성을 통하여 서로 논의해 보자는 뜻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2004년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1차와 2차로 나누어 작가 자신들이 하루 동안 자신의 스튜디오 및 그 주변에서 자신이 스스로 기획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개별 프로그램은 산책에서부터 토크쇼, 간담회, 퍼포먼스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어지는데 작가의 작업세계를 이해함과 동시에 새로운 소통의 장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시도로써 참여 작가 서로 간의 긴밀한 협의에 의해 진행되었다.
이제의 오픈 스튜디오에서도 많은 관람자들이 프로젝트를 참관하기 위하여 방문하였다. 그리하여 이제의 작업실은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작가가 혼자서 고민하고, 행위하며, 닫혀져 있는 고전적인 창작의 공간이 아니라 열린 창작의 공간이 되었다. 그는 작업장의 개방 행위 자체를 작업의 연장으로 설정하였는데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제의 작품세계는 ‘작가와 작업실’ 연작이다. 작가는 작업실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그 모습들은 어떠한가 하는 내용들을 마치 생활일기와 같이 기록적으로 포착하고 그 모습들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특히 그는 다른 사람들의 작업실보다 자신의 작업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어 자신의 일상을 기록적으로 담아내는 듯 하다.
자신 작업실에서 친구들이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 화실에서 책을 보고 있거나 더운 날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는 모습, 컴퓨터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 등은 마치 한 컷의 사진들을 옮겨내는 것 같다.
이제는 화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모습들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오픈 스튜디오의 프로그램을 실천하였다. 이러한 오픈 스튜디오의 방식이 그에게 아직 익숙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작품과 작업 현장을 공개하여 드러내 놓고 많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경청하는 자세에서 학구적이며, 개방적인 새로운 미술의 형식을 느낄 수 있다.
/오세권.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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