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나라인가?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k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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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있다. ‘믿음이 없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라는 뜻으로,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 실린 공자(孔子)의 말에서 비롯됐다. 자공(子貢)이 정치(政治)에 관해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라고 대답했다. 자공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묻자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며 “예로부터 사람은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대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단행한 장관급 인사를 보면 국민의 믿음을 저버린 것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야당과 국민의 반대 여론을 외면하고 배우자의 사모펀드와 딸 입시 관련 의혹마저 무시한 채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는 이유로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을 강행했다.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문 대통령은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해 국민은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감출 수 없었다.

대통령의 국정 성패는 장관을 포함한 정부의 중요 직책의 인사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만 잘해도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역사 이래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인사로 국론분열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교수들은 사회 정의와 윤리가 무너졌다며 시국선언을 하고, 대학생들은 조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믿음을 저버린 결과다.

‘무신불립(無信不立)’, 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는 존립할 수 없다. 국민에게 믿음을 줘야 나라다운 나라가 될 수 있다. 평등ㆍ공정ㆍ정의로움 기조가 사라진 문재인 정부에게 국민이 묻고 있다. 이게 믿을 수 있는 나라인가?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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