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가 덴마크의 ‘휘게라이프(Hygge Life)’, 특히 세계 행복지수 1위 나라 ‘부탄(Bhutan)’ 벤치마킹을 통해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시민행복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이른바 8시간 집중 근무제인 ‘8·8·8 행복정책’이다.
안승남 구리시장은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가 주관한 연수단 일원으로 ‘부탄’에서 국민총행복(GNH) 정책을 체험한 뒤 이를 바탕으로 지난 10일 열린 전 직원 대상 월례조회에서 이를 공식화했다. 전국지방자치단체로는 사실상 처음으로 도입하는 8·8·8 행복정책의 취지는 시민 무두가 행복한 구리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행복한 생활의 지표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른바 워라벨(Work-life balance) 도입으로 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방침이다.
즉, 하루에 8시간은 집중 근무하고, 8시간은 자기개발 및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활동하며, 나머지 8시간은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이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이다. 세부적으로는 지난 2017년 고용노동부가 제안한·정시 퇴근·퇴근 후 자기개발·업무집중도 향상·생산성 위주의 회의·명확한 업무지시·유연한 근무·효율적 보고·건전한 회식문화·연가사용 활성화·관리자부터의 실천 등을 공공인 구리시가 행동 지침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잦은 초과근무는 점진적으로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예산절감 효과를 일자리 나누기로 활용할 계획이다.
■ 함께 행복한 부탄 비결, ‘GDP 보다 GNH’ 사회시스템
이러한 정책을 착안한 안승남 시장이 벤치마킹한 부탄은 어떤 나 라일까?
구리시 등 전국 38개 자치단체가 참여한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일원으로 안 시장이 지난달 방문한 부탄은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인구 82만 명의 작은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GDP)이 3천 달러도 안 되는 최빈국에 속하면서도‘국내총생산(GDP)보다 국민총행복(GNH)’을 더 중시하는 국정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GNH정책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국민행복지표’를 두고 2년 마다 ‘국민총행복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영국 유럽신경제재단(NEF) 조사 결과,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할 정도다. 부탄 정부는 국민총행복(GNH)의 기둥인 4대 요소로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사회경제 발전 △문화의 보전과 증진 △생태계의 보존 △굿 거버넌스(민·관 협력의 민주주의) 를 제시하고 심리적ㆍ건강ㆍ교육ㆍ문화다양성과 복원력ㆍ시간이용ㆍ삶의 수준ㆍ생태다양성과 복원력ㆍ공동체활력ㆍ굿 거버넌스 등 9개 영역 33개의 지표들을 설정, 실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상시 국민총행복지수 등을 개발하며 국민총행복을 실현하고 있다.
부탄의 4대 왕 ‘지그메 싱게 왕축’은 “모든 나라 정부와 국민들이 경제적 부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것을 성취한 사람들은 안락한 생활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부가 늘어나도 빈곤하고, 비참한 삶을 살고, 심지어 사회적 소외를 당하고 있다”며 “따라서 한 나라의 발전정도는 사람들의 행복에 의해 측정돼야 하며, 그런면에서‘GNH가 GDP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부탄 교육(그린스쿨),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행복하게’
현재 부탄 5대 왕인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는 “내가 국가를 위해 봉사하면서 몇 개의 우선순위를 갖고 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바로 교육이다”고 강조했다. 교육을 통해 사회적 형평성을 실현하고 자아실현을 촉진, 개개인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지다. GNH의 원리와 가치를 교육과정에 주입하고 인간과 자연, 동물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녹색부탄을 위해 그린스쿨(Green School)을 채택했다. 물론 모든 공교육과 의료는 무상복지이다.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정책은 1929년 부탄 법전이 규정한 ‘정부가 백성을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에 근거하고 있다.
안승남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연수 기간 중 체험한 부탄의 행복 정책은 교육을 통해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경제적으로는 풍요롭지 않지만 마음의 여유가 있고,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지만 평범한 삶 속에서도 그들만의 행복을 느끼고, 누리며 사는 부탄의 모든 관점이 결국 개인으로부터 시작해서 공동체로 모이는 것, 이것이 국민의 행복임을 깨달았다. ‘8·8·8 행복정책’을 내놓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안승남 시장은 “물질적 풍요만으로 따지면 GDP가 높은 나라가 으뜸이겠지만 개인소득 2천 달러에 불과한 부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구리시민은 이 시대의 화두인 저녁이 있는 삶인 ‘워라벨’과 덴마크의 행복 비결인 휘게라이프, 그리고 부탄의 GNH로 귀결되는 새로운 공동체시대를 열어갈 ‘구리, 시민행복 특별시’ 구현을 위해서는 구리시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구리시민이 항복한 ‘구리시민 행복증진 조례’ 제정
안승남 시장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구리시민 행복증진 조례안’ 제정에 나섰다. 올 연말 시의회 정기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앞서 행복전문가와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비롯 오는 12월 전 직원 월례조회에서는 이번 부탄 연수를 진두지휘한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박진도 위원장의 초빙 강의를 계획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구리시의 주요 정책이 정말 시민 행복에 기여하는지를 사전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행복영향평가’와 더불어 시에 가장 적합한 시민행복지표를 만들고, 그에 기초해서 시민행복도 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러한 정책이 힘 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시장 직속의 ‘구리시민행복위원회’를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승남 시장은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는 차별없이 균등하게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주고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불평등 완화다”면서 “구리시민 행복증진 조례가 제정되는 2020년이 ‘자신의 행복, 가까운 사람의 행복, 지역행복’을 실현하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800여 명 공직자와 함께 행정역량을 모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리=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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