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도서관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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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봉사활동을 했다.

유치원 다니는 꼬마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베트남에서 온 아줌마도 있었다.
노란 앞치마를 두른
건우가 책을 들고
진희와 나는 한쪽씩 나눠 읽었다.
꽃그림을 실컷 보라고
꽃처럼 오래 서 있었다.

건우는 코밑에서 땀이 났고
진희는 귀가 조금 빨갛다.
나는 배가 많이 고프다.


개구쟁이들이 큰맘 먹고 봉사활동에 나섰나 보다. 도서관에서 유치원 꼬마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기. 반짝이는 눈에 귀를 쫑긋 세운 유치원생들 앞에서 건우는 책을 펴들었고 진희와 나는 그림책을 한쪽씩 나눠 읽는다. 그림책 듣기엔 이들 유치원 꼬마들만 참석한 게 아니다. 언제 왔는지 베트남에서 온 아줌마도 슬며시 끼어 앉았다. 그 풍경이 참 정겹다. ‘그림책을 실컷 보라고⁄꽃처럼 오래 서 있었다.’ 봉사활동에 나선 개구쟁이들의 마음이 평소와는 달리 대견스럽다. 그림책을 펴든 손이 아프고 다리가 저려도 꼬마들을 위해 이를 꾹 참는 개구쟁이들의 모습이 미소를 짓게 해준다. 드디어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를 다 마쳤다. ‘건우는 코밑에서 땀이 났고⁄진희는 귀가 조금 빨갛다.⁄나는 배가 많이 고프다.’ 이 얼마나 솔직한 표현인가. 보람을 느꼈다느니, 뭐다 했다면 그건 개구쟁이들 마음이 아니라 억지로 갔다 붙인 어른의 마음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느낀 그대로 옮긴 요 표현 때문에 동시가 살았다. 한때 동시가 어른들만의 전유물인 때가 있었다. 소위 ‘문학성’ 어쩌고 할 때다. 요즘엔 그런 동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스런 일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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