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옥 칼럼] 국가안보는 ‘1만분의 1’ 오차가 있어서도 안 된다
[유영옥 칼럼] 국가안보는 ‘1만분의 1’ 오차가 있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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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뉴욕에서 한ㆍ미 정상회담이 열리던 가운데 국방부는 함박도 인근 섬으로 기자단을 초청하여 이곳에 설치된 시설물에 대해 해명을 했다. 우리의 행정 주소로 돼 있는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의 북한의 함박도 군사시설과 관련해 섬 소유권 및 안보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인근 섬에서 기자들에게 북한군의 레이더는 상선과 어선이 쓰는 항해용이라며 해안포 의혹도 오해라고 말하면서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함박도와 관련하여 최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 의원질의 과정에서 북한은 서해 NLL지역 무인도인 함박도에 해안포 기지를 구축한 것으로 드러났었다.

함박도는 말도와 우도까지의 거리가불과 8㎞밖에 안 되고 인천공항도40㎞ 떨어진 인근이다. 지리적으로 이곳은 북한의 기습 공격을 탐지하고 방어하는 전초기지인 백령도와 연평도로 가는 해양보급로로써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함박도의 해안포 기지건설은 수도권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일 뿐만 아니라 명백한 9ㆍ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다. 게다가 최근 북한은 우리의 방공망으로 타격이 어려운 신종 탄도미사일과 장거리 유도 방사포 발사시험을 연이어 실시하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경박한 말로 우리 정부와 군을 조롱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의 핵 문제는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우리의 언론과 전문가들에 의해 마치 강 건너 등불처럼 ‘북미 간의 핵협상’을 위한 실랑이 정도로 묘사되면서 차일피일 시간만 흘러가면서 동북아 안보구도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민족주의와 평화경제의 망령이 한반도에 짙게 드리워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까닭인지, 마치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중국식, 베트남식 개방의 길로 들어서고 있기나 한 것처럼 우리 정부와 국민은 심각한 안보 불감증에 빠져 있다.

한 예로 우리 정부는 동맹인 미국의 희망을 저버리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우리 정부는 생존가치와 번영이라는 가치가 충돌할 때 당연히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는 생존적 가치, 즉 안보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른바 국익적 차원의 결정이라는 미명으로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동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을 하면서 양국의 항공기들이 우리의 독도 영공을 침공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그리고 북한은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개량형 방사포를 시험ㆍ발사하면서 우리의 주요한 군사시설을 타격하는 모습을 시현하고 있는 안보위기의 상황에 있다. 북ㆍ중ㆍ러의 위협에 맞서 한ㆍ미ㆍ일 안보협력과 한ㆍ미 동맹의 긴밀성과 확고함이 절실한 상황에서 나온 지소미아에 대한 의외의 결정은 실로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소미아의 파기를 결정한 우리 정부에 대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외교적인 표현이 아닌 “실망”이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써가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캐릭터의 소유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회의론자’에 가깝다는 사실도 여간 신경 쓰이는 대목이 아니다. 지소미아 탈퇴가 한국에는 ‘자기들 손으로 신애치슨 라인을 그은 것’이라고 말하는 지적을 직시해야 한다. 시기적으로도 지금은 트럼프의 정치일정과 북핵 협상의 연계성 속에서 자칫 우리의 안보이익이 희생될 개연성이 적지 않은 시점이다. 한ㆍ미ㆍ일의 국익과 안보이익은 결코 정확히 일치하지 않으며, 특히 내치와 외치는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서 집권세력은 대외관계를 내치에 이용하고자 하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끊임없이 목도한다.

한ㆍ미 동맹은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최후의 보루다. 남북관계 또한 확고한 한ㆍ미 동맹과 원칙의 토대 위에서만 실질적인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함구하고 함박도에 있는 북한의 군사시설을 방치하면서 남북관계는 결코 개선될 수 없는 허상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국가안보는 만분의 일의 오차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유영옥  국민대 교수국가보훈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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