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2019 가을 잔혹사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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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하지만 올해 9, 10월 가을은 유독 안 좋은 소식들 탓에 우리 사회가 뒤숭숭하다. 치료 백신도 없는 가축전염병 공포, 법무부 장관 임명과 관련된 국론분열, 반일 운동을 촉발하게 한 한일 갈등 심화, 경제 위기론 등이 2019년 가을 잔혹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치사율 100%에 달하는 가축전염병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난달 17일 파주의 한 농장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불과 3주가 흘렀다. 그 사이 연천, 김포, 강화 등에서 추가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아직 치료 백신도 없고 정확한 발병 경로도 파악되지 않으면서 지금으로선 살처분과 발병 농장과의 접촉 차단만이 확산을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이 되고 있다.

이날 현재(2일)까지 경기도에서만 27개 농장, 5만 5천마리가 살처분됐다. 경기도 전역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방역당국은 ASF 확산 방지에 안간힘이다. ASF는 비단 돼지 농가에만 피해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있다. 경기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들이 ASF 확산을 우려해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 연기하면서 해당 사업을 준비하던 단체나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가을 지역축제와 체육 행사 취소로 인해 어림잡아 수십에서 수백억 원의 예산이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됐다. 당장 축제를 바라보고 준비했던 업체들의 경제적 고통도 가중되고 있어 지자체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은 이들에 대한 지원 대책 등도 마련해야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따른 사회 갈등도 ‘진영 싸움’으로 번지면서 국론 분열 양상으로까지 번졌다. 최근 ‘조국수호’, ‘검찰개혁’의 목소리를 내는 진보 성향의 국민들이 검찰청 앞에서 대규모 촛불 집회를 열자, 보수 성향의 단체들은 3일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반 조국’ 합동 집회를 예고하는 등 사회 갈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또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는 등 국내외 갈등도 심상치 않다. 게다가 경기 침체에 따른 경제 위기론 역시 확산되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처럼 올가을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과 위기는 치료 백신이 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처럼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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