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31개 시·군 중 10곳 사용
공공기관 단발성 기념행사 대신
일상 속 ‘한글 사랑’ 실천해야
“한글 사용에 모범을 보여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색과 전혀 관계없는 외국어를 표어에 남발하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지난 1446년(세종 28년) 훈민정음(訓民正音)을 통해 세상에 반포된 ‘한글’의 573번째 생일(한글날ㆍ10월9일)을 맞은 가운데, 경기지역 시ㆍ군 중 3분의 1에 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을 대표하는 표어에 불필요한 외국어를 남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역의 특색과 정책의 방향을 표현하는 지자체의 표어에서부터 한글을 적극적으로 활용,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경기도 내 시ㆍ군 등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지역의 특색과 시장ㆍ군수의 정책 방향을 주민들에게 알리고자 표어를 제작, 공공기물 등에 부착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내 31개 시ㆍ군 중 10곳이 표어에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지자체는 과천시(I AM 과천), 광주시(Clean Gwangju), 군포시(O2 Gunpo), 동두천시(Do Dream 동두천), 부천시(Fantasia 부천), 수원시(사람이 반갑습니다 휴먼시티 수원), 안양시(스마트안양), 의왕시(Yes! 의왕), 파주시(한반도 평화수도 PAJU), 연천군(좋은사람들의평화도시 HI♡연천) 등이다.
특히 의왕시와 연천군의 경우 도시 특색과 아무 관련이 없는 ‘Yes’와 ‘HI’를 각각 표어에 넣었고, 파주의 경우 ‘한반도 평화수도’라는 지리적 특성을 잘 소개했으나 정작 지자체 이름을 한글 ‘파주’가 아닌 영어 ‘PAJU’로 바꿔 표기하는 등 특별한 이유없이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한글 연구가들은 한글을 애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공공기관이 한글 외면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리 한글이름보급회장은 “어느 순간부터 한글은 촌스럽고 영어는 세련됐다는 잘못된 인식이 사회에 자리 잡았는데 이를 타파해야 할 공공기관이 한글 사용을 꺼리고 있다”며 “지자체의 역할은 한글날에 맞춰 단발성 행사를 개최하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한글을 사랑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제573돌 한글날을 맞아 경기도가 앞장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외래어ㆍ외국어ㆍ신조어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난 2014년 제정된 ‘경기도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가 제 기능을 하도록 경기도 및 산하기관 등이 한글을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현호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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