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이전 끝난 캠프 잭슨 등 3곳 아직 반환 안 돼 도시공동화·경제침체 원인
문화예술공원·행정타운 등 개발 밑그림 완성됐지만 그린벨트 묶여 있고
환경정화 비용 등 놓고 정부·미군 이견… 안병용 시장 “조속 반환” 촉구
1호선 도봉산역을 지나 평화로 의정부 방향으로 한 정거장 정도 가면 서울 도봉구와 의정부 호원동이 맞닿는 시 경계다. 평화로를 따라 높은 회색 블록 담이 길게 이어진다. 담안으로 갈색 지붕 건물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담 철조망과 망루가 없다면 이곳이 부대였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풍경이다. 미군, 카투사 훈련을 담당했던 164만2천여㎡ 캠프 잭슨 부지 중 부대가 있던 곳이다. 부대표시조차 사라진 정문은 굳게 잠겨 있고 안길은 잡초만 무성하다. 밤이면 주변이 환한 반면 이곳은 경비등만 있을 뿐 어두컴컴하다.
지난해 7월 부대가 모두 평택으로 이전하고 폐쇄상태로 텅 비어 있지만 아직 반환되지 않아 미군 관할이다. 의정부시는 캠프 잭슨이 반환되면 국제 아트페어 등을 열 수 있는 문화예술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밑그림을 그려 놓은 지 오래다. 하지만 언제 반환될지 모르는데다 기지 전체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이를 해제하는 데 많은 제약이 뒤따르고 있다. 아직 반환되지 않은 2개의 의정부지역 미군기지도 사정이 비슷하다. 미군 2사단 사령부가 있던 가능동의 캠프 레드크라우드는 지난해 12월15일 모든 부대 병력이 평택으로 철수했다. 또 고산동 캠프 스탠리로 지난해 초 대부분 병력이 평택으로 옮겨 가고 훈련헬기 중간 급유 관리인력만 남아있다.
■ 1960~1970년대 의정부 발전의 견인차
의정부지역 미군기지는 한국전쟁 직후부터 들어서기 시작해 모두 8곳으로 시 전체 면적인 81㎢의 7%에 달했다. 전후복구와 기지촌을 중심으로 의정부 지역경제, 사회문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국가안보란 이름 아래 징발된 땅에 자리 잡은 미군기지는 1960년대 의정부 성장의 견인차였고 1970년대 까지만 해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발전 지체는 물론 지역 이미지 주민의 삶의 질까지 떨어뜨리는 등 부정적인 면도 컸다. 군사도시, 미군 기지촌, 부대찌개 등 의정부하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미군부대가 안겨준 멍에다. 1980년대 들어 경제성장과 함께 미군관련 사건 사고가 잇따르면서 미군기지는 지역발전의 장애로까지 여겨졌다. 한 때 흥청거렸던 캠프 스탠리 주변 기지촌은 미군이 떠나면서 상점의 영문간판만 상흔처럼 남아있다. 오랜 시간 지역에 희생과 인고를 강요했던 미군기지는 한미 연합토지관계획(LPP)에 의거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2007년 캠프 시어즈, 카일, 에세이온 등 5곳의 기지를 시작으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군 공여지는 의정부가 새롭게 도약할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 캠프 잭슨 등 3곳 반환 늦어지면서 개발 차질
제2보병사단과 제5통신대대가 있던 금오동 캠프 시어즈에는 경기북부 행정타운이 조성돼 경기북부경찰청과 경기도 교육청 북부청사 등 주요 관공서가 자리 잡았다. 법원 검찰청사 유치가 무산된 캠프 카일 행정타운 2부지는 창업센터, 여가시설, 공동주택을 지을 계획으로 용역 중이다. 공병부대가 주둔했던 캠프 에세이온은 을지대 캠퍼스와 을지대학병원이 오는 2021년 개원을 목표로 공정률 50%를 넘어서는 등 건설이 한창이다. 경기북부 미군 대상 주한미군방송이 있던 역전인근 캠프 홀링워터는 시민공원으로 시민의 곁으로 돌와왔고, 도심 한복판 캠프 라과디아에는 시민체육공원이 조성됐다. 이제 남은 것은 반환되지 않은 3개 기지다. 캠프 레드클아우드는 안보 테마공원, 캠프 잭슨은 문화예술공원, 캠프 스탠리는 실버타운으로 이미 수년 전에 발전종합계획을 세우고 정부의 승인까지 받았다. 그러나 반환이 늦어지면서 개발이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도시 공동화에 지역경제를 침체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캠프 잭슨은 사업자까지 선정됐지만 반환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캠프 내 시설물관리가 부실해져 이를 활용한 개발의 차질이 예상되는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 환경정화 책임ㆍ비용 놓고 정부와 미군 이견
한국정부와 미군은 이들 기지의 환경오염정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수년째 환경협의 단계서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오염책임이 있는 미군이 정화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군은 국내법에 근거한 KISE 즉 공공환경 및 인간 등에 급박한 위험이 있는 오염이 발생했을 때만 정화비용을 부담한다는 원칙에 따라 비용을 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SOFA에 따른 반환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기지 반환이 안되고 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한국정부와 미군 간에 환경오염정화책임과 비용을 놓고 1년 이상 반환협상조차 하지 않는 상황을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가”라면서 “국민과 약속한바 대로 조속히 미군공여지를 반환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발계획을 다 세워 놓고 주민과 약속한 개발계획실천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지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감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시민과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조속히 미군공여지를 반환해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 국가안보 위해 희생한 공여지 국가주도개발 필요
반환공여지개발은 범정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의정부시의 주장이다. 독일 필리핀 등은 국가기구가 반환공여지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해당지역을 국가안보를 위해 미군에 공여한 만큼 반환 뒤에도 국가가 책임지고 지역활성화를 위해 제도개선과 행ㆍ재정지원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경기도 첫번째 공약으로 주한미군공여지의 국가주도개발을 약속했다. 그러나 국가주도개발은 구체적 내용도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지자체의 볼멘소리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반환된 공여지를 지자체의 힘과 경제력만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토지매입비용이 높아 민간투자유치도 어려운 만큼 토지매입비 일부만 지원하는 공특법을 개정해 중앙정부의 과감한 예산지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병용 시장은 “국제아트센터로 개발예정인 캠프 잭슨은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주지 않아 차질을 빚고 있다”며 “강제로 수용하고 마음대로 건축하더니 막상 돌려받아 개발하려고 하니 그린벨트다. 정부가 도와주기는커녕 방해만 하고 있다”고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전환을 촉구했다.
의정부=김동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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