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거시험 보는 날’과 함께한 수원화성문화제
[기고] ‘과거시험 보는 날’과 함께한 수원화성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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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식

수원대표축제 제56회 수원화성문화제의 우수 프로그램 중 하나인 과거시험의 연출을 맡았다. 3년 동안 수원문화재야행을 비롯해 수원연극축제, 빛의 산책로, 수원화성문화제의 축제재현배우를 운영해 오면서 좀 더 하고 싶은 일도 많은 터였다. 축제재현배우는 수원화성의 조선시대 인물상을 재현(의상, 분장, 행동)하며 관광객들에게 관광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 축제재현배우의 구성은 전문배우와 시민 배우가 3대7 비율로 구성돼 있어서 지역주민들의 참여도가 높고 스스로 주체가 되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이번 수원화성문화제는 다른 해와는 다르게 새로운 시도가 여러 방면으로 돋보이는 축제였다.

여기서는 그중 하나인 과거시험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수원화성문화제에서 과거시험은 빼놓을 수 없는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1795년 정조대왕 능행차 당시 화성행궁 낙남헌에서는 과거시험이 실제로 행해졌다. 축제에서는 그동안 고증을 기반으로 과거시험을 재현해왔다. 문과로 진행됐던 과거시험은 몇 해 전부터 무과로 변경되어 새로운 볼거리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56회 수원화성문화제에서는 다시 문과로 진행됐다. 역사적인 일들을 재현하는 데는 늘 한계성에 맞닥뜨린다. 일례로 사실적인 재현이냐, 재미적인 재현이냐. 어디에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분위기는 180도 달라진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이번 과거시험에는 사실적인 재현에 재미를 더하기로 했다.

‘뭔가 좀 색다른, 과거시험 보는 날’은 그렇게 재탄생됐다. 224년 전 그 땅에서 다시 과거시험이 시작됐다. 낙남헌을 받치고 있는 나무기둥의 깊은 주름은 그날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며 아마도 아련한 옛 생각에 젖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이 과거시험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기존 서예중심에서 벗어나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칠행시 및 20자평으로 시험방식을 바꾸었다. 이 때문인지 참가자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가족, 친구, 연인 단위의 신청도 많았다. 그리고 화려함 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현장성을 살리고자 무대를 없애고 땅바닥에 왕골돗자리를 깔고 새끼줄로 경계선을 만들었다. 모든 참가자들은 유생복으로 갈아입었으며 봇짐을 메고 짚신도 신었다. 그 모습이 좋은지 참가자들은 연방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실제 대회다 보니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과거시험에 축제재현배우가 투입하여 전반적인 과거시험을 이끌어갔다.

파라솔 우산을 든 내관과 춤 잘 추는 궁녀들, 유쾌하게 변한 정조대왕과 커닝하다 걸려 곤장대로 끌려가는 유생들, 떡 파는 아낙네 등 동네 시민 배우가 참가들의 긴장도 풀어주고 관광객들에게 재미있는 볼거리도 선사했다. ‘뭔가 좀 색다른, 과거시험 보는 날’은 시민이 주체가 되어 축제를 함께 만들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동네주민으로서의 역할도 담당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정조대왕의 친림과거시험이었던 낙남헌에서의 224년 전 그날을 모두 기억했으면 한다.

끝으로 새로운 도전을 물심양면으로 믿어주고 도와준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분들과 어색함을 멀리하고 재현에 함께해준 동네 시민 배우 분들, 그리고 퍼레이드 통제 속에 숨 헐떡이며 달려온 매직캣의 이명준 마술사. 부족한 게 많음에도 모든 것을 즐겁게 바라봐준 관광객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공인식 극단 ‘아토’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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