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내내 길게는 2시간 넘는 비행에 길 가다가도 깜짝깜짝
8 떨어진 모란역·판교역서도 피해 속출… 대책 마련 요구
아덱스 “국가행사 협조 필요… 재산·정신적 피해 증빙땐 보상”
14일 오전 11시께 성남 서울공항. 육중한 전투기 한 대가 귀청이 찢어질 듯한 굉음을 내뿜으며 제비처럼 하늘로 오르더니 공항 인근을 3분여 간 순회했다. 이어 5대의 전투기들이 ‘V’자를 그리며 형형색색 연기를 뿜으며 공항 상공을 비행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전투기가 지나가자 동시에 놀란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한 어머니는 인상을 찌푸리며 아이의 귀를 막아 주기도 했다. 전투기 소음은 3분 간격으로 약 20여 분간 지속됐다.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9’(서울 아덱스) 행사를 대비한 ‘에어쇼’ 연습 소음으로 공항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일부 지역주민들은 소음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이날 찾은 서울공항 주변에는 주택과 음식점를 비롯해 공항 입구에서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100m 거리에 고등학교도 자리 잡고 있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A군(19)은 “처음 봤을 때는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요 며칠 매일 소음을 들으니 머리가 깨질 지경”이라며 “부모님께 말하니 ‘국가적 행사라 민원을 넣을 수 없다. 조금만 더 참아라’라는 말뿐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아덱스의 연습비행은 지난 4일부터 시작됐다. 평일에는 1~2시간, 주말에는 20~40분가량 비행이 이어졌다. 본행사(15~20일)에서 진행되는 에어쇼는 당일 혹은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시간이 게시된다고 서울 아덱스 측은 설명했다.
이처럼 열흘 내내 지속되는 비행 소음은 비단 공항 인근인 신촌동ㆍ심곡동 주민들의 피해뿐이 아니었다. 서울공항에서 약 8㎞ 떨어진 모란역, 판교역에서도 소음 피해가 속출했다. 실제로 모란역에서 거주하는 B씨(36)는 “열흘간 들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지난 토요일에는 바로 귀 옆에서 들리듯 엄청난 소리에 100일도 안 된 아이가 경기를 일으키듯 놀랬다”며 “같은 동네 사람들도 아기 괜찮냐며 전화를 줄 정도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서울 아덱스 측은 에어쇼 소음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양해를 구하는 ‘주민 설명회’를 몇 차례 가졌다. 이 자리에서 공항 인근 주민들은 에어쇼 연습으로 인한 소음 발생에 대해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 아덱스 측은 올해로 12회째 이어지는 국가적 행사이며 정부와 시의 협조가 이뤄진 만큼 주민들의 양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아덱스 관계자는 “에어쇼 연습ㆍ본행사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한 양해를 사전에 수차례 구해왔다”며 “성남시의 허락을 받아 사전에 플래카드도 걸고, 주민 설명회도 여러 차례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어 “만에 하나 일어나는 재산상, 정신적 피해에 대해 증빙이 된다면 당연히 보상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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