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사모하는 높은 문화의 힘’...수원發 화장실 문화
‘세계가 사모하는 높은 문화의 힘’...수원發 화장실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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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재
해우재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김구 선생의 자서전 백범일지에 수록된 ‘나의 소원’ 중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백범은 나라의 부강함보다 문화의 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문화의 힘이 자신과 남을 모두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 믿었다. 교육을 통해 세계 인류가 우리 민족의 문화를 사모하게 되길 바랐다.

이러한 백범의 바람이 수원시에서 현실화된 사례가 있다. 바로 화장실 문화다. 오는 19일 문화의 날을 맞아 수원에서 태동해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화장실 문화에 대해 살펴본다.

수원시 장안구 광교산 초입에 자리 잡은 반딧불이 화장실은 마치 도서관 같다. 햇볕이 통하는 유리천장 덕분에 밝은 느낌이 드는 중앙 홀에는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작은 도서관’이 있다. 화장실 통로에는 날씨와 수원시 주요 정책 등 최신 정보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스마트 미러’도 설치돼 있다.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영화마을 사랑방 1층에 자리한 ‘또옹카페 화장실’은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화장실 앞에 소공연장이 조성돼 각종 마을 행사와 공연이 열리고, 2층에는 영화마을 사랑방(커뮤니티 공간), ‘마음 톡톡 상담실’(도시재단 활동가 활동공간), ‘또옹 카페’(전시·판매 공간) 등 문화공간이 갖춰져 있다.

뒷간 또는 측간, 변소 등으로 불리며 대부분 냄새 나고 지저분한 공간으로 인식된 공중화장실이 이 같은 문화로 발달한 것은 20여 년 남짓. 수원시에서 화장실 문화운동이 태동하면서부터다. 시는 행정안전부와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주최하는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전’에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4차례 수상하며 ‘명품 화장실 도시’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또 국내외 화장실 문화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광교산 반딧불이화장실
광교산 반딧불이화장실

■ 세계 화장실 문화의 창시자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
수원시에서 시작된 화장실 문화의 발상과 발전 과정에는 민선 초대 수원시장을 지낸 고(故) 심재덕, 미스터 토일렛을 빼놓을 수 없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경기를 유치하기 위한 시ㆍ군의 경쟁이 활발하던 1996년, 당시 심재덕 수원시장은 불결한 공중화장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외국 손님을 맞겠다는 생각으로 화장실과 관련된 TF 팀을 조직했다.

이와 더불어 심 전 시장은 화장실 개선 사업을 이끌며 화장실 문화 확산을 위해 1999년 한국화장실협회를 창립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음악이 흐르고 꽃과 그림이 있는 향기 나는 화장실이 고속도로와 주요 관광지로 뻗어나갔다.

이후 2004년 공중화장실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우리나라가 화장실에 관한 법률을 가진 최초의 국가로 기록됐다. 2007년 11월에는 화장실 전문 국제기구인 세계화장실협회(WTA, World Toilet Association)가 창립되는 결실을 맺었다.

프라이부르크시 관계자들 해우재 방문
프라이부르크시 관계자들 해우재 방문

■ 해우재에서 활짝 피어난 수원시의 화장실 문화
‘근심을 덜어내는 집’이라는 이름의 해우재는 수원시 장안구 장안로(이목동)에 위치한 변기모양의 건물이다. 원래 심 전 시장이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을 기념해 30여 년간 살아왔던 집을 2007년 변기모양으로 지었는데, 2009년 세상을 떠나면서 당시 기준으로 24억 원이 넘는 가치의 건물과 토지를 수원시에 기증했다. 시는 해우재를 화장실 문화 전시관으로 만들고, 이 일대를 화장실 문화 공원으로 만드는 등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

2010년 10월 개관한 해우재에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약 140만 명이 방문했으며, 이 가운데 외국인 관람객이 7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실 문화 공원에는 변기모양 해우재뿐만 아니라 요강ㆍ좌변기 모양의 쉼터, 임금이 썼던 휴대용 변기 매화틀과 매화그릇, 유럽의 화장실 역사 등 동서양의 변기 변천사를 볼 수 있게 구성돼 있다.

■ 세계화장실협회, 화장실 문화의 세계화 ‘앞장’
염태영 수원시장은 2014년 2월부터 세계화장실협회(WTA) 회장을 맡아 심 전 시장이 수원에 뿌린 화장실 문화를 확산시켰다. WTA는 위생환경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에 공중화장실을 짓는 ‘희망의 화장실 프로젝트’를 통해 16개국에 33개의 공중화장실 설치를 지원했다. 또 ▲세계화장실 리더스 포럼ㆍ세계 화장실문화 유스 포럼 ▲전 세계 기초위생시설 실태조사ㆍ지속가능 화장실 모델 개발 등 연구조사 ▲세계화장실 기술표준 제정 ▲UN, KOICA(한국국제협력단) 등 국내외 국제기구ㆍ민간기구와 협력사업 등을 전개하며 화장실 문화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올해 7월에는 UN 경제사회이사회 협의적 지위를 얻어 글로벌 비정부기구(NGO)로서의 위상이 강화됐다.

심재덕 시장 10주기
심재덕 시장 10주기

정민훈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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