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공정성과 형평성

조국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두 달 이상 갈등의 도가니 속에 빠져들고 있다. 강남 좌파를 자청하며 공정성과 사회정의를 부르짖던 조국 장관이 자식들을 위해 기득권과 특권을 남발했다는 점에서 많은 시민은 실망을 넘어 분노의 감정에 휩싸였다. 그 당시 외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논문 저자 등 비정상적 스펙 쌓기가 흔한 일이었다고 해도 공정하지 못한 일로 비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도 논란이 되는 조국 장관을 둘러싼 의혹들은 법정에서 진위가 가려지겠지만, 자녀문제를 둘러싼 언행 불일치만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조국은 법무장관으로 임명되었다. 이를 전후로 검찰은 법무장관의 범죄혐의를 밝히고자 집중포화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검찰의 의도는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한 충정일까 아니면 검찰 개혁을 저지하려는 전술의 일환일까?

검찰은 김학의 차관 등 검사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어물쩍 수사를 종결했고, 정치인들과 그 자녀의 갖가지 범법행위와 의혹에 대해서는 조국 장관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조국 장관에만 예리한 칼날을 겨누는 검찰의 태도는 형평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검찰총장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국민과 현 정권의 신망을 얻었지만, 국가와 국민이 아니라 검찰조직에만 충성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받을 만하다.

주말마다 광화문과 서초동에 구름처럼 몰려드는 시민들은 바다를 사이에 둔 섬처럼 갈라져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서초동에 모인 시민들이 모두 조국수호에 집착하지 않는 것처럼, 광화문에 모인 시민 중에도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조국 장관의 사퇴를 계기로 검찰은 환골탈태하는 자세로 엄정성과 동시에 형평성을 보여주어야 하고, 정치인들은 서초동과 광화문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때다.

김연권 경기대학교 대학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