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국방개혁… 지자체는 발 동동

국방부, 군사기밀 앞세워 비공개
지역경제 악화·유휴지 방치 등
시·군들 대책 마련 어려움 호소

▲ 양주시 주민들이 지난 4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육군의 항공부대 이전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의 군 조직개편으로 경기지역 군 병력 5만여 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본보 1월18일자 1면) 가운데 국방부가 군사 기밀만 앞세우며 ‘깜깜이 개혁’을 추진, 경기도 지자체들이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내 군부대가 움직이면서 지역경제 악화ㆍ소음 민원ㆍ유휴지 방치 등 문제점이 예측되는 만큼 관ㆍ군 간 유기적인 협조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경기도와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부는 2022년까지 전군 상비병력을 62만여 명에서 50만여 명으로 줄일 예정이다. 도내에서는 5만여 명이 감축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방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국방 개혁 2.0’에 따른 것이다. 다만 ‘국방 개혁 2.0’에는 인원 변동 규모만 단순 명시됐고, 구체적인 개편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군 부대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는 경기북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배치된 군부대가 외부로 나가는 지역에서는 지역경제 악화(부대원 소비와 면회객 유입 감소)ㆍ유휴지 방치(지자체가 국방부 소유의 부대 부지를 매입하지 못할 경우) 등이 우려되고, 새롭게 훈련장ㆍ사격장을 맞이하는 지역에서는 소음ㆍ분진을 우려한 집단 민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제점이 다수 예고됐지만 국방부는 군 조직개편에 대해 일반 도민은 물론 지자체에도 철저히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지자체에서도 막연한 대책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도는 지역화폐 혜택 확대, 민군협의체 구성 등 포괄적인 방안만 논의할 뿐 지역별 로드맵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경기북부처럼 접경지역을 품은 강원도 역시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강원도의회ㆍ지역주민이 적극 반발, 국방부가 최근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도 관계자는 “지난해 공개된 국방 개혁 2.0 외 어떠한 정보도 얻지 못하고 있으며, 군 정보원 등을 통해 대략적인 방향을 직접 알아보고 있지만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아서 상황 파악만 하는 정도”라며 “접경지역 도민이 피해를 받지 않게끔 방안을 고심 중이지만 개편 내용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밝혔다.

이에 본보는 군 조직개편의 내용, 피해 대책, 지자체와의 소통 등을 국방부에 질의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군 부대 주변 지역 주민과의 상생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 중이다. 더 효율적이고 강한 군으로 거듭나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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