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다문화 전통혼례

안산은 다문화특구 지역으로 9월 현재 외국인주민 현황을 보면 8만7천359명이다. 내국인이 65만4천668명으로 집계됐으니, 8명 중 한 명이 외국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8만7천여 명의 외국인 가운데에는 등록외국인이 65%로 5만7천51명이고 나머지는 고용허가 방문취업 결혼이민자 유학ㆍ연수 전문인력 난민 방문 동거 영주 등 기타가 3만여 명에 달한다. 105개국 나라에서 들어와 있는 거대도시 안산의 9월 현재 전체인구는 약 74만으로 집계된다.

요즘은 남자가 장가들고 여자가 시집가는 혼인문화의 고정관념이 깨진 지 오래다. 과거 우리 조상은 사람이 태어나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혼상제를 1969년에 <가정의례 준칙에 관한 법률>로 정하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시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2008년에는 허례허식을 버리고 의식절차를 간소화하여 건전하고 합리적인 가정의례보급과 정착을 위하여 <건전가정의례의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 후 지금에 이어지고 있다.

혼례(昏禮)란 해질녘에 여자를 만난다는 뜻으로 女+昏=혼(婚=장가든다)이고, 여자는 女+因=인(姻=시집간다), 즉 음양이 만나는 해질녘에 장가들고 매파에 의하여 여자는 시집간다는 의미가 담긴 혼인례(婚姻禮)를 말한다. 가령 혼인의 조건에는 첫째, 반드시 이성지합(二姓之合)이어야 하고 둘째, 음양의 상합은 남자 16세, 여자 14세로 보나 부모 동의 없이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나이는 남자 18세, 여자 16세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근친의 상중(喪中)에는 혼인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전통사회에서의 혼인은 남녀의 몸이 합침(婚姻則男女合體之義)으로써 종족보존이 목적이었다. 전통혼례 때 신랑이 신부집으로 기러기를 들고 가는 <전안례(奠雁禮)>를 보면 기러기는 새끼를 많이 낳고 위계질서를 잘 지키며 살다가 한쪽이 먼저 가면 다른 짝을 찾지 않음의 상징이다. 또 자손을 많이 보기 위해 함 속에는 부정을 막는다는 붉은 팥을 넣은 주머니와 줄줄이 가지마다 많이 달려나오는 콩을 넣어 자손번창을 애써 기원했다.

혼인의 하이라이트를 합궁례(合宮禮)로 간주하는 것 또한 그만큼 자손을 얻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손을 위한 합궁이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성(二姓)이어야 하고 기러기를 들고 장가들게 하여 다산하도록 하며 함 속에는 콩 주머니를 넣은 것이 아니었겠는가. 딸을 시집보내는 친정어머니는 신랑을 따라 시댁으로 떠나는 딸에게 신행 음식을 싸고 싸서 보내며 지금까진 부모를 따랐지만, 혼인 후엔 지아비를 따르고 늙어서는 자식을 따라야 한다고 여자의 삼종을 귀에 쏙 박히도록 주문했을 것이다.

요즘 시대의 혼인은 어떠한가. 우선 혼인을 정할 때는 돈과 명예를 보지 말고 당사자만 보도록 한다. 그리고 필수적으로 건강진단서와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최종학교졸업증명서, 재직증명서 등을 주고받아 양가에서 서로 충분히 검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예물로는 백 년이고 천 년이고 변하지 않음을 상징하는 황금 쌍가락지로 한다면 혼인의 정신이 잘 담긴 것으로 봐도 되겠다.

안산시는 105개국의 다문화가 산다. 한 가정의 어느 한 쪽만 외국인이면 다문화 가정으로 간주한다. 한국으로 시집오거나 외국인과 혼인하면 다문화 가정이라는 뜻이다. 안산시행복예절관에서는 10년째 다문화 가정을 위한 전통혼례를 시행하고 있다. 주민등본상 부부로 되어 있으면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를 입학하거나 딸이 고3이 되었어도 형편이 어려워 혼례를 치르지 못한 두 가정을 선별하여 예절관 잔디마당에서 무료로 올려주고 있다. 매우 감동한다. 전통혼례를 올린 부부는 다들 잘 산다고 전해 온다. 살맛 나는 안산시다.

강성금 안산시행복예절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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