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10년 후 폐기법에… 가슴치는 실종아동 부모들

이춘재 초등생 사건 부각 속 현재 보관된 검체 중 절반 넘게 폐기 위기
연평균 30명 실종자 가족 재회… “현실에 맞게 관련법 개정” 목소리

장기 실종 아동을 찾을 때 중요 증거품이 되는 DNA 검체가 ‘보관 유효기간’ 탓에 절반 이상 버려질 위기다.

특히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의 자백으로 그동안 장기 실종 사건으로 분류됐던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이 부각되면서 DNA 관련 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05년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실종 아동 등에 대해 영장 없이 ▲위치 정보 확인 ▲인터넷 접속 확인 ▲가족 DNA 채취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실제 DNA를 통해 가족과 재회한 실종 아동은 연평균 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DNA 검체는 장기 실종 아동을 발견할 때 유력한 단서로 꼽히지만, 현재 보관된 검체 중 수만 건이 제대로 된 증거로 활용되지 못한 채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채취된 DNA는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검사일로부터 10년이 넘으면 검사기관장(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즉시 폐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이미 10년이 넘은 DNA 검체가 2만여 건에 달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이 취합한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 200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전체 DNA 검체 신상정보는 3만6천5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2004~2008년에 접수돼 검사일이 10년을 넘긴 게 2만341건(56.4%)으로 과반이 넘는다.

예컨대 지난 2004년 9월 경기도 광주의 한 아파트 공터에서 실종된 우정선 양(당시 6세)의 가족도 당시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DNA를 확보했으나, 올해 기준으로는 이미 보관 유효기간인 10년이 넘어 폐기 대상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우 양의 행방의 묘연한 상황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채취한 DNA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실종아동전문기관 관계자는 “실종자를 찾기 위한 DNA 보관 기간이 10년으로 정해졌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자녀를 잃어버린 가족들을 위해 현행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기준 10년 이상 장기 실종 아동은 545명, 그리고 10년 이상 된 DNA를 대조해 가족과 만난 아동은 22명(2017년부터 2019년 8월까지)으로 조사됐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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