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 심고 닭 키우고… 미래 농업인 ‘마이웨이’
모종 심고 닭 키우고… 미래 농업인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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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 명문농고 ‘여주자영농고·포천일고’
원예·축산·식품가공 등 전문인 육성

수능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다수 수험생들이 좋은 성적으로 명문대에 입학하길 희망하며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타깝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진짜 무엇인지, 본인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른 채 입시경쟁이란 초고속 열차에 올라타 있는 학생들이 많다. 그 가운데 부모가 원하는, 사회가 인정하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아닌 나만의 꿈을 가지고 그리고 한국 농업에 미래가 있음을 확신하고 ‘마이웨이’ 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또 이들의 꿈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경기도의 명문 고등학교들이 있다.

우선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는 1945년 ‘해방둥이’로 탄생한 학교다. 1980년부터 우리나라 고등학교 농업교육의 중심에는 늘 중심에 우뚝 서 있었다. 현재 △자영축산과 △자영식품산업과 △자영조경과 △자영원예과 4개 과를 운영하고 있는 여주자영농고는 1학년의 경우 일반교과 과정이 중심이지만 2~3학년은 실습 위주다. 특히 ‘영농과제실습’ 과정은 2학년이 되면 모든 학생이 전공과 상관없이 무조건 이수해야만 한다. 이는 전국에서 유일한 교육과정이다. 학생들은 1년 동안 스스로 구입한 모종을 심고, 키우고 수확한다. 또 30만 평에 달하는 학교 부지에 원예와 축산, 유리온실, 스마트팜, 동물농장, 농기계 공동실습장 등 다양한 실습시설을 갖추고 있다.

포천일고등학교는 1953년 개교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학교다. 특히 축산생명과학과에서는 한우, 젖소, 산란계, 돼지, 애완견 등 다양한 축종을 사육하고 있으며, 농업기계실, 식품가공실, 육가공실습실 등 10여 개의 농업관련 실습포장이 갖춰져 있다. 학생들이 직접 가축을 사육하고, 이를 축산물로 가공하며, 나아가 생산물을 판매해 봄으로써 농업의 6차 산업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학과의 규모가 다른 축산 관련 대규모 고등학교에 비해 그리 크지 않지만, 몇 발자국만 걸으면 다양한 가축의 울음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고, 쉬는 시간만을 이용해서도 동물과의 교감이 가능할 만큼 실습장의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장점이 있다. 또 방과 후 자격증반 수강료 및 재료비 전액 지원, 연 1회 해외연수비 전액 지원, 10여 종의 장학금, 기타 현장 체험학습비 전액 지원, 기숙사 조ㆍ중ㆍ석식 무료 제공 등 학부모의 부담을 확실히 덜어주고 있다.

미디어경청종합
사진=여주자영농고포천일고 제공

(왼쪽부터) 여주자영농고 자영원예과 학생들이 땅콩수확과 과수실습을 하고 있다. 장미소 학생이 엮은 볏짚을 사용해 배추를 묶는 작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여주자영농고 자영원예과 학생들이 땅콩수확과 과수실습을 하고 있다. 장미소 학생이 엮은 볏짚을 사용해 배추를 묶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밭 갈고 재배·수확까지 매일 작물관리 구슬땀 농부의 마음 배워요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학교 3학년 때 나에게 30만 평의 큰 땅과 실습을 자랑하는 여주자영농고는 선택에 고민할 여지가 없는 학교였다.

원예, 축산, 식품, 조경학과 중 화훼와 작물재배를 깊이 있게 배우고자 하는 마음에 원예과를 진학해 다양한 실습을 할 수 있었다. 여주자영농고는 개인당 부지를 배여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실습을 진행한다. 경운과 멀칭 등의 기초적인 단계부터 수확, 판매의 과정을 거쳐 농업을 익혀 나간다.

첫 실습으로 재배해 본 작물은 토마토였다. 두가지의 품종을 선택해 한 학기 동안 실습에 임했다. 삽과 레이크를 사용해 밭을 갈고 멀칭을 하며 재배의 밑바탕을 만들었다. 모종심기, 지주대 세우기, 곁순 제거하기 등 매일매일 작물관리에 힘썼다. 한 학년 동안 이론적으로 배운 내용들이었지만 직접 적용해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예상치 못한 병해충과 기후들은 유기농작물을 키우는 데 있어 넘어야 하는 난관이었다. 장마철에는 배수로를 정비했고 유기농법을 사용해 병해충을 해결하기 위해 농약 대신 난황유를 만들어 방제했다. 이러한 유기농법에 관한 실습을 통해 유기농업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그 결과 건강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었고 이들을 판매하기 위해 홍보지를 제작하고 판매활동을 했다. 이익을 얻는 데는 실패했지만 농부는 작물을 재배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 등 농부의 마음을 이해해갔다.

토마토 이외에 배추, 무, 고구마, 호박 등의 작물들과 국화, 메리골드, 맨드라미 등의 화훼재배 실습 또한 진행했고 농기계 운전도 배우며 미래 농업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수업뿐만 아니라 동아리활동도 많은 지원을 해줘 새로운 경험을 쌓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선택한 창업동아리 활동들을 통해 버섯재배, 가공, 판매활동을 접하며 마케팅 분야에서의 능력도 키울 수 있었다.

한국 3천300㎡에서 거둬들이는 토마토 물량을 농업 선진국인 네덜란드에선 330㎡에서 생산하고 있다. 한국 농업은 생산성과 효율성에 있어 부족한 모습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들과 스마트팜, 드론 등과 같은 신기술의 융합을 통해 한국농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장미소

(여주자영농고 자영원예과 3)

(왼쪽부터) 포천일고 축산생명과학과 학생이 오물란 수거작업을 하고 있다. 병아리 일광욕과 젖소 송아지 포유를 하고 있는 학생들.
(왼쪽부터) 포천일고 축산생명과학과 학생이 오물란 수거작업을 하고 있다. 병아리 일광욕과 젖소 송아지 포유를 하고 있는 학생들.


닭 울음소리로 하루 시작 ‘학정란’ 포장하고 판매 일상이 즐겁고 행복
포천일고등학교 축산생명과학과 학생들은 애완동물관리사, 낙농한우사, 무창돈사, 산란계사나 식품가공실 등의 실습실에서 다양한 실습을 통해 전공지식을 쌓을 수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나는 어릴 적부터 한 번쯤 병아리가 닭이 될 때까지 길러보고 싶었는데 산란계사 전공실습을 통해 꿈을 실현화시킬 수 있었다. 학교 산란계사에서는 병아리 사육 실습, 달걀의 선별 및 포장 실습, 양계 사육기술 전반을 학습할 뿐만 아니라 부화실습을 통한 친환경 가금사육 등 매우 다양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나는 전공실습 당번인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 산란계사에 가기 위해 집에서 출발했다. 도착하자마자 사람의 인기척이 나서인지 허기짐에 의한 신음인지 1천400여두의 닭이 쟁쟁한 울음소리로 나를 반겨주었다. 한걸음에 발을 들인 곳은 닭들의 사료를 급여하는 기계 앞이다. 케이지 안 1천400여 두의 닭들이 많이 배가 고팠던 모양인지 사료급이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자마자 미친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사료를 조금 더 주었다. 그리고 바로 닭들의 울음소리, 볏의 상태, 급수기 상태 등 이상이 없는지 점검했다. 사료를 급여할 때 케이지 안 닭들이 허겁지겁 달려들어 사료가 바닥에 많이 튀겼다. 사료가 범벅인 복도를 쓸기 시작했다. 제3자 입장에서 그런 나를 보기엔 굉장히 고독해 보일지 모르지만 닭들이 사료먹는 모습과 다소 멍청해 보이는 귀여운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침 사료급여가 끝난 뒤 할 일을 잠시 뒤로한 채 수업을 들으러 갔다.

오전 수업이 끝난 뒤 다시 전공활동을 시작했다. 산란계사 1천400여 두의 닭이 낳은 달걀을 기계로 선별하기 전에 우선 닭의 상태를 점검하며 ‘오물란(지저분한 계란)’을 걷기 시작했다. 비록 냄새가 고약하고 달걀을 만지는 것이 좀 껄끄럽지만 장갑을 끼고 알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수거했다. 가루사료 덕에 하루 만에 덕지덕지 쌓인 먼지 묻은 선별기를 말끔히 닦아내고 서둘러 달걀 선별을 시작했다. 달걀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기실이 있는 둔단부를 하늘 위로 바라보게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달걀의 규격에 따라 포장을 해놓고 있으면 달걀을 구매하려는 손님이 산란계사에 찾아와 나를 부른다. “학생, 계란 좀 살 수 있을까?” 나는 손님에게 달걀의 어떤 규격을 원하시는지 여쭙고 학정란을 드린다.

‘학정란(학생이 정직하게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은 포천일고등학교 축산생명과학과 학생들이 병아리 때부터 정성스럽게 길러서 생산 및 판매하는 믿을 수 있는 달걀이다. 지금 산란계사에 있는 닭도 내가 1학년 입학했을 때 1일령 산란병아리를 받아 직접 키운 의미있는 닭이기도 하다. 학정란의 판매가 완료될 시간이 돼 달걀의 재고를 정리하고 판매 내역을 두툼한 손으로 조그마한 전표에 사각사각 적어 내리고는 의자에 몸을 맡긴 채 휴식을 취했다.

어느덧 저녁이 돼 배꼽시계가 발동했는지 닭들이 밥 달라고 우는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어미새가 새끼의 밥을 각각 한 마리씩 신경 쓰듯이 나는 사료 한포, 한포 정성을 다해 올리기 시작했다. 닭들은 많이 배가 고팠는지 사료 급여 버튼을 누르는 기계에 다가가는 소리를 듣자마자 더 큰 울음소리로 나를 재촉했다. 얼른 사료급여 버튼을 눌렀다. 닭들이 행복하게 사료 먹는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닭 하나하나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닭들은 그런 내가 고마운지 감사의 표시를 전하는 듯 했다. 이런 일상이 나도 즐겁고 행복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학창시절인데 마지막까지 배우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전욱(포천일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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