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요양병원협회가 김포요양병원 화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협회 손덕현 회장은 “화재가 나면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병원 운영자가 구속되고, 폐업해야 사건이 종결되는 게 현실이어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확한 감식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책임을 추궁하는 세태를 비판했다. 소방 방재를 위해 정부가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또 간병비를 급여화해 화재시 대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김포의 요양병원 화재는 지난달 24일 발생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외상 환자 등 132명이 입원 중이었다. 전체 환자의 43%인 58명이 죽거나 다쳤다. 숨진 환자 2명이 있던 곳은 집중 치료실이었다. 많은 의혹이 제기됐고 조사가 진행 중이다. 사고 발생 20일째 만에 나온 협회의 입장이다. 요양병원의 일반적 고충을 토로한 것이라고 보아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입장문 곳곳에 있다. 시기도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협회 스스로 입장문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화재원인 감식 결과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고 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병원을 공격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이게 모순이다. 협회 입장문 곳곳에 병원에 책임이 없음이 피력됐다. 정기 점검을 충실히 받았다고도 강조했다. 점검 기관이 문제라는 뉘앙스가 다분하다. 병원에 불법시설이 없다고도 단언했다. 검식 결과 없이 비난하면 안 된다면서, 스스로 병원 책임 없음을 공언했다.
스프링클러 미작동 부분만 해도 그렇다. 협회는 문제의 장소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없는 보일러실이었다고 주장했다. 병원장과 소방안전관리보조자는 스프링클러 문제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협회도 이 사실을 뻔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스프링클러 미작동’ 지적 자체를 마녀사냥의 예로 몰아간다. 과태료 처분이 잘못됐다는 것인가. 아니면 스프링클러 비난, 설치 장소 규정, 과태료 처분을 교묘하게 섞어 넣은 말장난인가.
더 이상한 부분도 있다. 정부의 책임과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요양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최일선에서 환자를 대피시키는 게 간병사”라며 “조속히 간병비를 급여화해 환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간병사는 대가를 받고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다. 환자와 간호인 간에 이뤄지는 사적 계약이다. 왜 병원이 나서서 간병사 고용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나. 간병사에게 화재 대피 역할이 있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주장인가.
삼풍백화점이 붕괴했을 때, 업체 대표가 국민을 분노케 했던 말이 있다. “나야말로 백화점을 잃은 제일 큰 피해자다.” 지금은 화재 전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기간이다. 이런 시기에 협회라는 다중의 목소리로 특정 방향을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숙하며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게 사망자 유족, 부상 환자, 놀란 시민에 대한 도리다. 협회가 밝힌 입장문이란 것도 그때 가서 하나하나 재검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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