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5년간 1억5천여만원 투입 195명 배출 했지만
근무환경·사납금 지원 열악… 1년도 못 버티고 퇴사
#1. 대학 병원에서 30여 년을 근무했던 A씨는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장애인이 됐다. 2018년 9월, 예순두살에 택시기사라는 새 인생을 시작한 A씨는 어느덧 13개월차 ‘지체장애인 택시기사’이다. 그는 “장애인에게 이보다 더 적합한 일자리가 있을까 싶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부족한 지원이 아쉽기도 하다. A씨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인데 그나마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일이 ‘택시’다. 근데 이 일을 1년 이상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며 “휴게실이나 화장실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고 아무도 직업환경 개선을 안 해 주기 때문에 버티기 힘든 것”이라고 전했다.
#2. 오른쪽 다리를 저는 B씨는 올해로 3년째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사납금’이 가장 큰 골치다. 하루에 11만 원씩 사납금을 낸다는 그는 매월 수십만 원씩 적자를 본다고 설명했다. B씨는 “장애인의 일자리는 무척 한정적인데 ‘택시기사가 하기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사납금도 일부 지원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원되는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 일을 포기하자니 벌이가 걱정돼 결국 한 달에 26일씩 근무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경기도가 장애인 일자리 확충을 위해 ‘장애인 택시기사’를 양성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후 관리가 전무한 탓에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일 경기도와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등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5년부터 사업비 1억5천만 원을 들여 ‘장애인 택시운전원 양성사업’을 추진하고, 올해 9월30일까지 약 5년간 총 195명의 취업자(장애인 택시기사)를 배출했다.
도는 사업 참여자에게 교재ㆍ적성검사료ㆍ면허발급비 등을 지원하고, 취업자에겐 한 사람당 1회에 한해 ‘사납금(월 25만 원) 5개월치’도 지급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된 사후 관리가 안되는 탓에 퇴사자 혹은 이직자가 속출한다는 분위기다. 취업자 수만 늘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특히 가장 큰 메리트였던 사납금 지원도 사실상 ‘3일치’에 불과하다.
실제 장애인 택시기사들이 꼽는 주된 애로사항은 ▲비장애인과 동일한 사납금 제도의 부당성 및 부족한 지원 ▲택시회사 내 장애인 편의시설 부재 등 열악한 환경 ▲카카오 카풀 등 플랫폼 다양화로 인한 경쟁력 약화 ▲부정적 인식에 따른 인권 침해 대우 등이다. 해당 사업 참여 신청건수도 2017년 146명, 2018년 109명, 2019년(9월30일 기준) 73명 등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이에 대해 도와 지장협 측은 내년께 지역별 혹은 권역별 자조 모임 등을 운영해 현장 고충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장애인 택시기사들의 불편을 지속적으로 청취해 지원할 것이고 제도 발전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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