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금배지도 대물림인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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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지역구 세습을 보장받기 위해 문 정권의 시녀로 자처하려는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문 의장이 사법개혁안 신속 상정 의지를 밝힌 것과 관련해서다. 홍 전 대표는 패스트트랙에 대해 “민생법안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표류하고 있을 때 이를 타개하기 위해 채택된 제도지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과 같은 정치관련법 처리를 위해 채택한 제도는 아니다”라면서, 문 의장이 지역구를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정권에 충성한다는 식으로 썼다.

홍 전 대표는 평상시 하고 싶은 말을 그냥 쏟아내는 편이고, 막말 논란에 휩싸인 적도 많다. 사법개혁안 패스트트랙에 대해선 저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다.  문 의장은 자신의 지역구를 아들에게 물려주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 아들 문석균씨가 문 의장 지역구인 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아들 문씨는 의정부에서 서점을 운영해왔다. 지역구 상임부위원장이 된 이후엔 국회의장직 수행을 위해 탈당한 아버지를 대신해 지역행사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지역정가에선 6선을 지낸 문 의장이 아들에게 ‘국회의원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 금수저’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부모의 자산과 신분 등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한국 사회를 빗댄 ‘수저계급론’이 정치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2, 3세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정치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것이란 긍정적 측면보다, 권력 대물림과 불공정 세습이란 부정적 시선이 우세하다.

현 20대 국회에서 2, 3세 정치인으로 금배지를 단 의원은 14명이다. 더불어민주당 3명(이종걸·노웅래·김영호), 자유한국당 7명(김무성·정우택·정진석·김세연·이종구·장제원·김종석), 바른미래당 3명(유승민·이혜훈·김수민), 우리공화당(홍문종) 1명 등이다. 이혜훈 의원의 경우는 시아버지가 4선을 지낸 고 김태호 전 의원이다. 내년 21대 총선에도 현역 2, 3세 정치인을 비롯해 다수 원외 인사가 출정을 벼르고 있다. 8선의 서청원 의원(화성갑) 아들 서동익씨도 출마를 채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학계, 종교계, 정치계 등 사회 곳곳에서 부와 권력 등이 대물림 되는 것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 ‘부모 잘 만나야 성공하는 나라’가 되면 희망은 사라지고, 불만과 분노가 가득차게 된다. 금배지까지 대물림되는 여의도 세습정치, 바람직하지 않다. 문 의원, 서 의원 “6선, 8선 했으면 됐지, 뭘 또…” 이게 많은 국민의 생각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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