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이 ‘금값’이라 올해는 김장할 엄두조차 못 내겠어요”
배추 가격이 연일 상승하며 주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잦은 태풍 탓에 배추 가격이 폭등, 김장철을 앞둔 주부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찾은 수원시의 한 대형마트. 이 마트는 다가오는 김장철을 맞아 마트 한편에 김장 배추 코너를 마련하고 배추 판매에 돌입했다. 그러나 마트의 적극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이날 김장 배추 코너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뜸했다.
코너를 찾는 소비자들은 ‘한 포기에 5천990원’이라고 적힌 가격표를 보더니 이내 발길을 돌렸다. 마트를 찾은 주부들은 배춧값이 어떠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너무 비싸다’고 혀를 내둘렀다.
주부 이미용씨(54)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체감상 배춧값이 2~3배는 뛴 것 같다”며 “매년 김장 김치를 하지만 올해는 ‘김장을 포기해야 하나’하는 고민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른 대형마트에서는 김장을 포기하고 포장 김치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주부 박선영씨(53)는 “배추 가격을 보고 이미 김장 생각을 접은 지 오래”라며 “당분간은 포장된 김치를 사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23일 기준) 배추 평균 소매가격은 6천941원으로, 지난해 10월(3천593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올랐다. 특히 지난 7월 3천273원이었던 배추가격은 8월 3천470원, 9월 5천362원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금값 배추’ 현상의 원인으로는 ‘가을 태풍’이 꼽힌다. 9월 들어 한반도를 덮친 링링 등 태풍이 배추 주산지를 덮치면서 작황이 크게 악화됐다. 또 이달 중 출하되는 준고랭지 2기작 배추 작황도 잦은 비로 평년보다 부실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금값 배추’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가을 태풍이 전남 해남 등 국내 배추 주산지를 연달아 강타하면서 배추 출하량이 감소, 현재 배춧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가을 배추 작황도 전망이 좋지 않은 것으로 분석돼 배춧값 상승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배추 수확시기를 앞두고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은 13호 태풍 ‘링링’과 17호 태풍 ‘타파’ 등 총 3개다. 1904년 이래 9월에 3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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