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빌라 리모델링 공사장 한복판 두 가구 사연 들어보니…] “6년 소송 이겼지만… 남은 건 소음·비산먼지 뿐”

건설사, 아파트사업 부지 편입시키려 ‘매도청구’ 소송
“대법서 거주 정당 판결받았지만 단 한차례 협상 뿐”
시공사 “市·당사자에 중재 요청… 무리한 금액만 요구”

수원시 팔달구의 한 빌라에서 1층과 3층에 사는 2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건물에 대해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김시범기자
수원시 팔달구의 한 빌라에서 1층과 3층에 사는 2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건물에 대해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김시범기자

수원시 팔달구 A빌라에 사는 Y씨(52)는 집 현관문을 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공사 현장에 사용되는 철골자재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는 광경을 매일 마주하기 때문이다.

Y씨가 사는 빌라를 포함한 이 일대는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총 16가구 가운데 Y씨 집 등 2곳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창문조차 없이 텅 비어 있는 상태다. 한 때 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섰던 공간은 깨진 유리 등 폐자재만 쌓여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사장 한복판에 놓여 있는 Y씨의 집은 하수관이 역류하거나 공사 여파로 부엌 형광등이 떨어져 깨지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Y씨의 이야기는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Y씨는 2002년 12살ㆍ9살 난 두 자녀를 데리고 서울에서 내려와 수원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60평대의 좋은 집을 장만했다는 기쁨과 더불어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걱정도 함께였다.

그렇게 그는 매일 오전 6시30분에 오는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직장이 있는 서울 삼성동의 출ㆍ퇴근이 고됐지만, 두 자녀를 키우는 보람에 행복했다.

그러나 그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 당시 시행사 B도시개발이 A빌라 부지를 바로 옆 아파트 사업부지에 편입시키고자 ‘매도청구’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Y씨는 이후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6년 동안 법원을 드나들어야만 했다. 결국 2014년 대법원은 Y씨 등의 손을 들어주며 빌라에 거주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했다.

Y씨는 이 과정에서 건설사 등에서 단 한 차례 협상을 시도했을 뿐 사실상 ‘나 몰라라’ 했다며, 이 부분이 지금도 상처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Y씨는 “10년 넘게 소송과 건설사에 치이다 보니 심적으로 너무 지친다”고 토로했다.

빌라 리모델링 사업을 벌이는 시공사 측은 그동안 Y씨 가족이 보인 행보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또 빌라 전체의 80% 이상 동의받은 리모델링 사업을 오히려 Y씨 가족 측이 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이 상황을 중재해 달라며 시와 당사자에게 내용 증명을 보내기도 했지만,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Y씨 가족 등에게 이사비, 전ㆍ월세비를 주고 6개월 동안 잠시 이주하는 조건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무료로 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해도 승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터무니 없이 무리한 금액만 요구하니 시공사 입장에서도 너무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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