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우방국과 적대국
[지지대] 우방국과 적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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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5월23일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전국적인 학생운동조직인 ‘삼민투쟁위원회’ 주도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5개 대학생 73명이 서울 미국문화원을 기습 점거한 것이다. 절대 우방이자 동맹국인 미국이기에 사회적 충격은 더하고 연일 뉴스를 장식했다. ‘광주학살 책임지고 미국은 공개 사죄하라’는 등의 구호를 적은 종이를 창문에 붙인 이들은 주한 미국대사 면담과 내ㆍ외신 기자회견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그들은 72시간 농성 끝인 26일 자진 해산하며 경찰에 연행됐다.

▶1990년 5월9일 서울 미문화원 앞 도로를 점거한 학생ㆍ시민 등 2천여 명의 시위대 중 일부가 미문화원에 화염병 10여 개를 던졌다. 이로 인한 화재는 1층 490여㎡ 중 미국농업 무역관사무실(AT0) 내부 30여㎡를 태우고 1시간 35분 만에 꺼졌다. 퇴근시간 이후라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번질뻔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조선족 여성에 의해 미국 대사관저가 무단 침입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사관저는 대사관과 마찬가지로 치외법권지역으로 국제협약에 따라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13개월 만인 지난 18일 국가적 망신이 또 일어났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 17명이 주한 미국대사관저에 난입해 “해리스(주한 미국대사)는 이 땅을 떠나라”, “미군 지원금 5배 인상 규탄” 등의 반미 구호를 1시간 넘게 외쳤다.

▶이승만 시대를 거쳐 서슬 퍼런 독재 유신ㆍ군사 정권에 제일선에 맞선 이들이 대학생이다. 그들의 열정과 염원이 밑거름돼서 대한민국 민주화가 한 걸음 더 빨라졌다. 그렇게 민주화의 봄은 왔고 시대를 주도한 386세대는 노무현ㆍ문재인 정부의 주축이 됐다. 하지만, 시위문화는 과거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돼 있는데도 떼법ㆍ불법이 여전히 판치고 있다. 명분이 있더라도 불법이 전제된다면 국민적 공감은 얻을 수 없다. 탈북민 취업박람회 때 들은 얘기다. “북한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때 왜 침묵함까. 거기가 좋다면 가서 사시면 되잖씀까. 오죽했으면 목숨 걸고 내려왔겠씀까.” 대한민국 우방국과 적대국 구별이 어려운가.

김창학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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