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장수 지팡이
[지지대] 장수 지팡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100세를 맞은 오창민 할아버지는 1919년 인천 옹진군에서 태어나 17세 때부터 55년간 배를 몰며 어부로 살았다. 슬하에 6남 2녀를 뒀고, 지금은 인천 중구에서 아내와 막내딸과 함께 산다. 할아버지는 요즘도 집 앞 텃밭에서 고추ㆍ채소 등을 가꾸고, 가끔 갯벌에 나가 조개나 굴을 잡으며 건강하게 노년을 보내고 있다. 할아버지는 2년전 공중파 TV의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도 나왔다. ‘인천 앞 갯벌은 내가 접수했다’라는 제목으로. 젊은 사람도 걷기 힘들다는 갯벌에 거침없이 걸어들어가 갯벌에 손만 넣었다 하면 낙지가 따라 올라오는 모습이 방영됐다.

오창민 할아버지는 지난 2일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올해 100세를 맞은 노인 1천550명을 대표해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친필 서명이 담긴 축하카드와 ‘청려장’(靑藜杖ㆍ장수 지팡이)을 받았다. 청려장은 명아주라는 1년생 잡초의 줄기로 만든 지팡이다. 명아주는 1년생이지만 줄기가 굵고 반듯하다. 재질이 단단하고 가벼운 데다 모양 또한 기품이 있다. 가지를 제거한 옹이 부분은 지압효과도 있다. ‘본초강목’에 ‘청려장을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는 기록이 있고, 민간에선 신경통에 좋다하여 귀한 지팡이로 여겼다. 때문에 예로부터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노인들을 위한 선물로 널리 이용됐다.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까지 왕이 장수 노인에게 청려장을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근래에는 1993년부터 노인의 날을 기념해 100세 노인에게 대통령 명의로 청려장을 주고 있다. 지난해에도 100세를 맞은 장수 노인 1천343명에게 전달했다.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100세 이상 노인인구는 총 1만9천776명이다. 여성이 1만5천43명, 남성은 4천733명이다. 100세를 넘어서는 노인은 점점 늘고 있으나 처한 상황은 열악하다. 단순히 오래사는 것을 넘어서 건강하고 기운찬 노년을 희망하며 ‘9988’(99세까지 팔팔하게)을 외치지만 현실은 다르다. 통계청 노인실태조사 결과, 노인 10명 가운데 9명이 만성질병을 갖고 있다. 노인 1명당 평균 2.7개의 만성질병을 앓고 있다. 치매 사망률도 점점 높아진다.

어떤 이들은 고령화가 저주라고 말한다. 만성질병을 앓으며 빈곤 속에서 외롭고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노인빈곤율 1위, 노인자살률 1위라는 기록이 대한민국 노인 삶의 어려움을 말해준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고 노후생활을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노인이 행복한 세상, 지팡이로 뚝딱! 해결되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이연섭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연예 24시